의료계의 오랜 쟁점이었던 진료지원 간호사(PA 간호사)의 의료행위가 이르면 내년 6월부터 합법화된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5명으로 통과됐다. 이번 간호법 통과는 여야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현장에 있던 간호사들은 간호법 통과 소식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간호법이 통과되면서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진료지원 간호사(PA)의 의료 행위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간호법의 주요 내용은 PA 간호사가 의사의 판단과 일반적 지도 및 위임에 따라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하며, 구체적인 업무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법적 보호는 PA 간호사들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 폐지에 대한 논의도 이번 간호법 통과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을 특성화고 졸업자와 조무사 학원을 나온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간호법에서는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 폐지를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선하기로 부대의견을 달았다. 이는 간호조무사들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간호조무사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간호법 통과로 인해 간호사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간호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이번 법안은 의료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에서는 간호법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측은 간호법 통과에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 단식 농성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간호법은 간호사가 진단하고, 간호사가 투약 지시하고, 간호사가 수술하게 만들어주는 법"이라며 "간호법은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는 의료 악법인 동시에 간호사들조차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의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급작스러운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으로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을 쫓아내고 간호법을 통과시켜 간호사들에게 의사가 할 일을 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결코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가 아니다"며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것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간호사들의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할 것"이라며 "간호사 불법 의료행위로 피해를 본 국민은 의협 불법의료 대응팀으로 신고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