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문제로 개막 전부터 혹평을 받은 2024 파리올림픽 패럴림픽 선수촌 현장이 공개된 가운데 여전히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은 앞서 파리올림픽 때 에어컨 미설치 등 열악한 환경으로 비판받은 선수촌 시설을 그대로 이어받아 사용하게 됐다.
한국 선수단 177명(선수 83명과 임원 94명)은 지난 21일 파리 패럴림픽 선수촌에 공식 입촌했다. 패럴림픽은 오는 29일 오전 3시(한국 시각) 막을 올린다.
패럴림픽 선수촌은 앞서 파리올림픽 때 쓰던 시설과 동일하다. 개막 전부터 에어컨 미설치와 함께 큰 논란이 된 부분 중 하나였던 골판지 침대도 일부 방은 교체됐으나 대부분 그대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파리올림픽 선수들의 신체 조건과 다른 패럴림픽 선수들의 체형 등을 깊게 고려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어 선수촌 환경에 대한 비판은 패럴림픽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시설인 만큼 이동로에 장애물이 없으며 경사로를 다시 설치해 휠체어 이동에 문제가 없다는 점은 선수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조직위도 선수촌 곳곳에 전동휠체어를 배치해 선수들의 편의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수촌 내에 전동차들이 많이 오가더라도 선수가 지나가면 운전자는 일단 멈춰야 한다는 규칙을 따라야 한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자원봉사자들도 선수들이 지나갈 경우 먼저 나와 정지 신호를 주며 도로 환경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도 다행히 선수촌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최나미는 "선수촌 식당 메뉴가 매일 크게 바뀌지 않는 게 다소 아쉽긴 하지만 요거트나 과일 등이 다양하고 맛있어서 잘 먹고 있다"라고 28일 연합뉴스에 밝혔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에서도 선수촌 식당 메뉴의 절반을 100% 채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식으로는 밥과 김치, 만두 등이 제공되며 김치는 한국의 일반적인 빨간 김치와 달리 샐러드 느낌의 백김치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조직위원회의 노력에도 선수촌 환경이 열악하다는 선수단 내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골판지 침대뿐만 아니라 방 재정비가 아예 제대로 되지 않은 곳도 속출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장애인 대표팀 배동현 선수단장은 "방을 처음 봤을 때 기본적인 세면도구들도 없더라"라며 "샴푸, 바디워시 등을 별도로 제공했고 디퓨저를 구매해 냄새도 잡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방 컨디션에도 편차가 컸다. 한 선수는 방에 먼지가 많아 창문을 열고 환기부터 해야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골판지 침대 또한 여전히 불안 요소 중 하나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골판지 침대의 경우 큰 문제는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장애 유형에 따라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났을 때 어떨지 봐야 한다"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