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0살 여자아이에게 결혼 서약과 뽀뽀 사진을 요구하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보낸 40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아동학대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성착취 목적의 대화, ‘온라인 그루밍’까지 인정해 형량이 늘었다.
28일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3부(재판장 조은아)는 지난 6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 목적 대화)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2년 1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만난 10살 B 양에게 45회에 걸쳐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해서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뽀뽀하는 입술 사진’, ‘입 벌리고 아 하는 사진’, ‘헝클어진 머리 사진’을 요구하거나 엄마 몰래 결혼 서약서를 자필로 작성하고, 좋아한다는 육성을 녹음해서 보내라고 주문했다.
A 씨는 ‘순수한 연애 감정을 느껴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당시 만 38살이던 피고인의 만 10살에 불과한 피해자에 대한 연애 감정 표시는 그 자체로 성적인 함의를 불러일으키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2심보다 낮은 형량인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었다. '성착취 목적 대화’ 혐의는 무죄로 보고, 아동학대만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성행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를 촬영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아동 청소년을 유인해 성적인 대화를 나누는 ‘온라인 그루밍’도 성범죄로 인정한 거다.
‘성착취 목적 대화’는 수많은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 이후로 2021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새로 신설된 조항이다.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반복적으로 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적 욕망’에는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