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전의 저조한 예매율이 눈길을 끌고 있다.
평소 축구 A매치 경기는 예매 시작 후 빠르게 매진되곤 했으나 이번 팔레스타인전은 예매 시작 일주일이 지난 2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5493석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지난 6월 중국전이 예매 오픈 2일 만에 6만 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예매 저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티켓값 인상'이 지목된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 논란 역시 주된 이유 중 하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티켓 가격의 상승이라는 분석이다.
축구대표팀 공식 응원단 '붉은악마'가 모여 응원하는 레드석의 경우 3만 5000원에서 5만원으로 43%나 인상됐고 '가성비석'으로 불리던 2등석 S구역과 A, B구역도 각각 1만원씩 오른 5~7만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최고가석인 프리미엄 테이블석(35만원)이나 1등석 S구역(18만원), 최저가석인 3등석(3만원)은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티켓값 인상은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최근 열린 유명 가수의 내한 공연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14년 만에 내한한 세계적인 래퍼 카니예 웨스트의 공연에서도 빈 좌석이 많이 보였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그의 공연은 치열한 티켓팅이 예상됐으나 공연 당일에도 2000석 정도가 남아 있었고 현장에서는 2층 빈 좌석이 눈에 띌 정도였다.
과거에는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 선수의 공연이나 경기에 돈을 아끼지 않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10만원대 후반에서 20만원대에 이르는 티켓값이 보편화되면서 부담을 느끼고 보고 싶은 공연이 여러 개라면 그중 하나만 선택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유명 가수들의 공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워터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여름 대표 콘서트 싸이의 '흠뻑쇼'는 기본 약 16만 원으로, 학생 할인을 적용해도 13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다.
아이돌 콘서트 역시 평균적으로 일반석 약 15만 원, VIP석은 약 20만 원 선으로 주요 고객층인 10대와 20대가 지불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개최된 NCT 드림의 고척스카이돔 콘서트는 평균 15만 4000원∼19만 8000 원이었다.
수도권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지방에서 오는 팬들은 티켓값뿐 아니라 교통비, 숙박비 등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기에 훨씬 더 큰 금액을 부담할 수 밖에 없다.
팬덤 경제라 불리던 공연 산업과 스포츠 직관 문화가 티켓값 인상 속도를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가성비'를 따져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티켓플레이션'이라고 부르며 코로나 이후 티켓값 상승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연이나 경기 관람이 필수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제 온라인으로 관람하거나 값이 낮은 차선책을 선택하는 등 문화생활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