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엄살이다” 열사병으로 숨진 고려대 럭비선수 '감독·코치진 방치설' 제기

2024-08-27 07:44

일본 현지 관계자 “그 친구 왔을 땐 이미 열사병 4단계였다”

고려대학교 럭비부 감독과 코치진이 일본 전지훈련 중 선수가 열사병으로 사망하기 전 엄살이라며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려대학교 공식 마크 / 연합뉴스
고려대학교 공식 마크 / 연합뉴스
고려대학교 전경 / 고려대 제공
고려대학교 전경 / 고려대 제공

열사병으로 숨진 선수가 사망 전 감독과 코치진의 방치로 치료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JTBC가 지난 26일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고려대 럭비부 동료 선수들은 사망한 선수가 감독과 코치진의 방치로 치료할 시기를 놓쳐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독과 코치진이 사망한 선수가 '엄살'을 부린다며 운동장에 약 30분가량 방치했다는 것이다.

사건은 지난 19일 일본 전지훈련 중 일어났다. 당시 선수들은 정기 연고전에 대비한 훈련을 하러 일본으로 떠났다.

숨진 선수 A씨는 이날 오전 9시 45분부터 40분 넘게 '셔틀런'이라는 왕복 달리기 훈련을 했다. 이날 날씨는 구름이 종종 있었지만 32도가 넘는 무더위였다.

A씨의 동료들은 당시 A씨가 훈련 중 여러 차례 구토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털어놨다. 한 동료 선수는 "(선수들은 A씨가) 구토 몇 번씩 하는 거 봤고, 거기서 안 뛰면 (감독과 코치진이) 압박 줬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동료 선수도 "햇볕이 내리쬐지 않을 수가 없는 게 등에 화상 입은 OO도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매체에 따르면 당시 훈련 일지엔 A씨가 오전 11시에 쓰러졌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동료 선수들의 말은 달랐다. 기록 일지에 적힌 것과 달리 11시 이전인 10시 30분께부터 A씨가 라커 룸에서 말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꿈틀거리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동료 선수는 "라커룸 들어가서 휴대전화를 확인했던 게 10시 35~36분? (A씨는) 꿈틀꿈틀거리고 침 질질 흘리고 말 똑바로 못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A씨가 에어컨이 있는 라커룸이 아닌 운동장에 그냥 방치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동료 선수는 "쟤 또 그냥 엄살 부리는구나, 포기한다 또. 더위 먹은 거니까 그냥 내버려둬라. 그게 방치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라고 매체에 말했다.

동료 선수들에 따르면 트레이너가 당시 A씨를 보살폈지만 현장에 전문 의료진은 없었다. A씨는 쓰러진 지 30분가량 지나자 다리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오전 11시가 돼서야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일본 현지 관계자는 "열이 40도까지 올라갔고 (의사 말이) 열사병이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있는데 그 친구(A씨)가 왔을 때는 이미 4단계였다"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구급차에 실려 간 뒤 A씨는 한때 37도까지 체온이 떨어졌지만 다음 날 끝내 숨졌다.

고려대 측은 "방치된 게 사실로 드러나면 정기 연고전을 포기하고 감독을 경질하겠다"라고 매체에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고려대 럭비부 선수들은 감독이 다른 선수들에게 A씨의 사망 사실을 곧바로 알리지 않았으며 다음 달 연세대와 정기전까지 감독직을 계속 맡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럭비부는 사고 다음 날인 20일 한국에 귀국했다. 당초 23일 귀국 예정이었으나 A씨의 사망으로 남은 훈련을 취소한 것이다. 그러나 코치진은 지진과 태풍 때문에 훈련을 취소했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럭비부 동료들의 얘기도 듣지 못한 유족은 현지에서 화장하고 지난 24일 국내에서 발인까지 했다. 유족 측은 "트레이너가 바로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만 들었다"라며 "학교가 진상조사를 한다고 했으니 기다려볼 생각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수들에 따르면 감독은 다음 달 예정된 정기 연고전까지 팀을 맡겠다고 했다. 심지어 "이번 정기전까지는 같이 가자. OO이(A씨) 내가 죽였잖아. 나한테 기회를 한 번 줘라"라고 선수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선수들은 감독의 지휘를 거부해 학교 측에 경질을 요구하기로 했다.

감독은 매체에 "선수들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왜곡됐다"라면서도 "자세한 건 학교에 물어봐라"라고 말했다.

해당 주장과 관련해 고려대 측은 "일본 경찰에서 사건성이 없다고 확인했다"라며 "코치진이 사망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건 아니고 발인 이후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라고 매체에 해명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