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윤 작가 ‘The flesh of passage (시간의 살)’전 화단의 관심모아

2024-08-25 14:03

내달 6일까지 서울 용산구 G컨템포러리(전시기획 이은)에서 열려
권력과 욕망을 봉인하는 실타래 작업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최정윤 작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최정윤 작가.
실을 이용한 독자적인 탐구의 결집체인 'The flesh of passage' 신작
실을 이용한 독자적인 탐구의 결집체인 'The flesh of passage' 신작

서울시 용산구 G컨템포러리(전시기획 이은)에서 열리고 있는 최정윤 작가의 ‘The flesh of passage (시간의 살)’전이 화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월 25일 개막해 내달 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 흙과 불, 도자, 소금, 그리고 실 등을 이용한 독자적인 탐구의 결집체인 'The flesh of passage' 시리즈 신작 19점을 새롭게 선보인것. 최 작가를 23일 전시장에서 인터뷰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작가는 십여 년째 왜 검을 실로 봉인하는지 궁금하다.

"처음엔 회화로 시작했다. 한 도예가를 알게 돼 도예 쪽으로 눈을 돌렸다.대학원 시절 박물관을 이 잡듯 뒤지며 도자에 탐닉했다. 그러다가 '삼족기' 같은 도자기를 세상에 내놓았고, 청동검 시리즈를 통해 '권력 무상'을 말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자연스럽게 '검'을 실로 봉인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검은 권력의 상징이고, 실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그 둘을 연결하면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표현하고 싶다."

-경주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것이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환경적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작업의 형식 면에서 그런거 같다. 되돌아보면 나의 예술적 여정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다. 나를 중학교 미술반으로 인도했던 재주 많았던 친구는 다른 영역으로 떠났고 제가 이 한길을 파고 있다. 어린 시절 경주 박물관학교를 다녔다. 대학원때는 전국 박물관을 섭렵했고.유물들에서 배울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었기에 자료도 많이 수집했다. 특히 청동검들에 관해.

-정 작가의 작품은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메가히트곡 '베티 데이비스 아이즈'를 부른 킴 칸즈가 작품을 컬렉션했다고 들었다.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제 작품이 가진 보편적인 주제, 즉 권력과 욕망에 대한 성찰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 같다. 그리고 제 작품에 사용되는 다양한 색채와 재료들이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 스스로 작품을 '노동집약적인 예술'이라고 한다. 실제로 작품 제작 과정이 매우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업 과정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제 안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특히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 도예가로 시작해서 조각가로 전향했다. 왜그랬나.

"도자의 표현 한계를 느끼면서 다양한 매체에 대한 고민을 했고, 해외 조각가들의 작품에 신선한 충격을 받아 조각 세계로 발길을 돌렸다.

-작품에는 철학적 고민이 묻어난다. 특히 인문학적 식견을 중시하는 것 같다.

“관객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려면 작가가 자기 작품이 품는 형이상학적 실존 의미나 가치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당 기간 독서토론 모임을 하면서 예술가로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 작업에 대한 결벽증 같은 것도 느껴지는데(웃음).

“한 시리즈에 10년 이상 매달린다. 실 소금 세라믹 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각각 10년이라는 세월을 탐구했는데 그 정도는 되어야 완성도를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품의 대량 생산은 거부하는 편이다. 세라믹 검의 경우 여러 곳에서 작품 요청이 쇄도하자 아예 거푸집을 부수어 버렸다. 새로운 재료와 기법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해 나갈 것이다.

- 앞으로의 작품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건가.

"생명을 다한 포도나무를 재료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 평면작업도 시작했다. 내 작품의 중독성과 강렬함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

마이애미 골든비치 킴 칸스 별장에 설치된 최정윤 작가의 작품. [SayArt(세이아트)]
마이애미 골든비치 킴 칸스 별장에 설치된 최정윤 작가의 작품. [SayArt(세이아트)]

home 이영란 기자 yrlee31@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