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가에 대한 비판 어떻게 생각하나?'에 대한 교토국제부 주장의 답

2024-08-24 15:07

“비판받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시엔에서 한국계 민족학교로서 처음으로 우승한 교토국제고등학교 야구부 주장이 한국어 교가를 부른 뒤 쏟아진 일본 현지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 짓고 손가락으로 넘버1을 가리키고 있다. 이날 경기는 교토국제고교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간토다이이치고교 2-1로 꺾고 우승했다.  / 뉴스1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 짓고 손가락으로 넘버1을 가리키고 있다. 이날 경기는 교토국제고교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간토다이이치고교 2-1로 꺾고 우승했다. / 뉴스1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우승 후 야구부 선수들이 한국어 교가를 제창했다가 일본 현지인들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과 관련해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가 내놓은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소식은 지난 23일 'livedoor News', '닛칸스포츠' 등 다수의 일본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매체들에 따르면 후지모토 하루키는 다수의 일본 현지인을 비롯한 혐한 단체 등 일부에서 학생들의 한국어 교가 제창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 관련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다. 나도 솔직히 '괜찮을까?' 생각할 때도 있다"라며 "우리는 야구를 위해 이 고등학교에 들어왔다. 우리를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일본 고교 야구팀들의 꿈의 무대인 고시엔 대회에서 간토다이이치고교를 연장 승부치기 끝에 2-1로 이겨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한국어 교가를 당당하게 제창해 많은 한국인을 감동하게 했다.

이번 우승은 교토국제고 야구부 창설 25년 만에 이뤄낸 쾌거로 알려졌다. 특히 교토 지역 고교가 해당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68년 만이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1947년 민족교육을 위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2004년 일본 교육부의 정식고교 인가를 받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전교생이 138명에 불과하지만 그중 야구부원만 61명일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다.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한국어 교가를 제창한 이유는 '한국계' 외국인 학교이기 때문이다. 1절은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일본)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의 옛적 꿈자리. 아침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이다. 고시엔 대회 규정에는 승리하는 고교 선수들이 도열해 교가를 제창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공영방송 NHK도 교가를 화면에 내보내 일본 전역에 생방송 했다. 그러나 NHK는 방송 화면에 '동해'를 '동쪽의 바다', '한국의 학원'을 '한일의 학원'이라는 의미의 일본어로 병기해 뜻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송사 측은 방송 당시 이례적으로 '학교 측이 제공한 번역'이라는 자막을 달기도 했다.

NHK의 이런 행보가 비판을 받는 것은 원래 가사에 담긴 깊은 의미 때문이다. 교가는 당당하게 '동해'를 지칭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동해를 건너 일본으로 간 사람들이 일본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말한다. 즉 가사의 의미 자체가 일본의 중앙 집권체제가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의 통치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일본 문물을 주도했다는 주장과도 관련이 깊다.

앞서 SNS상에서 일부 일본인들의 혐한 발언이 도를 넘자 일본 교토부 지사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차별적인 발언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교토부 지사인 니시와키 다카토시는 "차별적인 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SNS 운영사에 민족 차별적인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에 대해 삭제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