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사관리사'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필리핀 여성들이 속내를 밝혔다.
12일 한국일는 필리핀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 참여자로 선발된 메리(이하 가명)와 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는 이들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이뤄졌다.
한국 땅을 밟은 20·30대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지난 6일 한국에 입국했다.
현재 경기 용인시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다음 달부터 서울 각 가정에 파견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분명하지 않은 업무 범위에 논란이 불거졌다.
고용노동부와 필리핀 이주노동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본 업무는 '돌봄'이다.
여기서 돌봄이란 아이 옷 입히기, 목욕시키기, 이유식 조리, 임신부를 위한 식사 준비 등이다.
돌봄 외에 다른 업무도 일부 할 수 있다. ‘6시간 이상 서비스’의 경우 어른 옷 세탁과 건조, 어른 식기 설거지, 청소기·마대걸레로 바닥 청소 등이 가능하다.
그런데 규정대로라면 쓰레기 배출, 어른 음식 조리, 손걸레질, 수납 정리 등은 할 수 없게 된다.
육아 관련 범위에서 동거 가족에 대한 가사 업무를 ‘부수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원칙이지만, 어디까지를 육아 연관 업무로 볼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메리는 “모든 업무를 칼로 자르듯 나눌 수 없을 것 같다”며 “(가사 노동도) 괜찮다. 일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벨은 “업무 지시를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가정부가 아닌 돌봄 도우미(Care giver·케어기버)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번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현지 정부가 공인한 케어기버 자격증(780시간 이상 교육 이수) 소지자 가운데 영어·한국어 등 어학 능력 평가, 범죄 이력 확인 등 여러 검증을 거쳐 선발됐다.
가사관리사들 각자의 사연은 다르겠지만 메리와 벨은 돈 때문에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필리핀 월평균 임금은 2022년 기준 1만 8423페소(약 44만 원)다.
메리는 “한 회사에서 일하며 매달 2만 2000페소(약 52만 원)를 벌었다. 퇴근 후 ‘투잡’을 뛰면서 월 40만 원 넘는 부수입도 얻었다”고 말했다.
메리는 “가족이 그립겠지만 그들에게 더 나은 미래와 편안한 삶을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벨은 교육업에 종사하며 월 3만 페소(약 71만 원)를 벌었지만 다수의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넉넉하지 않았다. 보다 많은 임금을 얻기 위해 돌봄 자격증을 따고 해외 취업에 나섰다.
한국에서 번 돈의 3분의 1 이상을 필리핀 가족에게 송금하는 게 목표다.
벨은 “한국에서의 월급이 약 200만 원이라고 들었다. 최소 근무는 주당 30시간이라지만 더 오래 일해도 상관없다. 가능한 많은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한국인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받는다. 올해 임금(9860원) 기준으로 하루 4시간(주 5일) 일할 경우 월 119만 원, 8시간 기준으로는 238만 원을 받는다.
반면 싱가포르, 홍콩의 경우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에게 월 50만~80만 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