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오혜리(36) 코치가 ‘파리 올림픽’ 경기 도중 판정에 항의하다가 규정을 어겨 세계태권도연맹(WT)의 경고를 받았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남자 80㎏급 16강전은 서건우의 올림픽 데뷔 무대였다. 서건우는 호아킨 추르칠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이겼다. 최종 승자는 서건우였지만, 2라운드가 막 끝난 시점 승자가 추르칠로 선언됐다.
1라운드를 내준 서건우는 2라운드 종료와 함께 회심의 뒤차기를 성공한 데다 상대 감점까지 끌어내 16-16을 만들었다. 이같이 라운드 동점인 경우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오 코치는 서건우가 두 차례, 추르칠이 한차례 회전 공격을 성공했음을 알고 있었기에 추르칠이 승자가 된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오 코치는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과 경기 관계자들이 모두 떠나면 더는 결과를 바로잡을 기회가 없다고 판단, 코트로 뛰어들어 심판을 붙잡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후 양손 검지를 흔들며 잘못된 판정임을 강조한 오 코치는 이후 본부석으로 뛰어가 오심이라고 따졌다. 발 빠른 오 코치의 대처 덕에 서건우는 기사회생했다. 시스템상 오류로 회전 공격보다 감점 빈도가 먼저 계산된 게 드러나 16강을 통과했다.
그러나 서건우는 아쉽게도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태권도 남자 80㎏급 3위 결정전에서 에디 흐르니치(덴마크)에게 라운드 점수 0-2로 져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체급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해 새 역사를 쓰려고 했으나, 한국 태권도 '중량급의 자존심'을 끝내 세우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오 코치는 당시 항의로 인해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규정 상 지도자는 심판이 아니라 기술 담당 대표에게 항의해야 한다.
경기 후 오 코치는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6강전을 돌아보며 "심판 대신 기술 담당 대표에게 말해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뒷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대로 끝나면 뭘 해도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오 코치는 “내가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뭐든지 해야 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서건우도 "나 때문에 코치님이 정말 많이 많이 힘들어하셨다. 보답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16강에서 발 벗고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서건우를 구한 오혜리 코치의 '리더십'에 누리꾼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게 바로 걸크러시, 갓 혜리"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