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벤츠 전기차 EQE에 리콜 전력이 있는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수입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벤츠가 배터리 사양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배터리 정보(식별번호)를 제공하는 제조사는 현대자동차, 기아, KG모빌리티, BMW, 테슬라뿐이다. 다른 업체들은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불바다로 만든 벤츠 EQE에는 중국 파라시스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됐다. 파라시스는 NCM 배터리를 대거 리콜한 경력이 있는 회사다. 중국 정부는 2021년 불이 날 위험이 있단 이유로 파라시스는 NCM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3만여에 대한 리콜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7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2023년형 EQE 모델에서 주차 중 화재가 발생했다. 배터리 품질 불량이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당초 EQE엔 중국 회사인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가 배터리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와 파라시스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다임러는 2018년 파라시스와 10년 동안 170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에는 벤츠가 파라시스 지분 3%를 인수하기도 했다.
벤츠의 1대, 2대 주주는 모두 중국이다. 1대 주주는 중국 국영기업인 베이징자동차다. 지분 9.98%를 갖고 있다. 2대 주주는 리슈푸 지리자동차 회장이 소유한 투자회사 TPIL이다. 9.69%를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 가격이 차량 가격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고급차 브랜드인 벤츠가 이름도 처음 듣는 ‘듣보잡’ 배터리를 사용했다며 황당하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파라시스는 매출과 출하량 기준 세계 10위권에 머문 배터리 기업이다.
8일자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함에 따라 정부는 이달 말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매체 인터뷰에서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를 계기로 배터리 후속 관리 방안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전기차 화재 대책 방안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번에 마련되는 종합대책은 내년 2월 시행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앞서 출시한 전기차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개정안의 하위법령인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해당 인증제는 출시되는 신차에만 적용되는 까닭에 기존 출시된 배터리의 안전성도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구매자들이 차량을 구매하기 전 배터리 정보를 알 수 없는 제도적 미비도 보완사항으로 꼽힌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