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챔피언” '16년 만의 금메달' 박태준, 그런데 심각한 악플 쏟아졌다

2024-08-08 07:29

태권도 금메달 딴 박태준 인스타그램에 달린 외국 네티즌들의 악플

박태준이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의 자존심을 금메달로 16년 만에 회복했으나 악플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시상식에서 손인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시상식에서 손인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세계랭킹 5위 박태준은 지난 7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세계랭킹 26위)를 2-0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상대의 부상으로 경기 속행이 힘들어져 기권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경기 중 상대가 부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몇몇 네티즌들이 박태준의 SNS에 찾아가 악플을 남기는 만행을 저지르며 논란을 일고 있다.

박태준은 1라운드 경기 시작 6초 만에 상대 몸통을 발차기로 가격해 2점을 따냈다. 1라운드 중반 박태준의 오른발과 마고메도프의 왼발이 엇갈렸고 박태준의 하체를 차던 마고메도프의 발이 꺾였다. 직후 마고메도프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마고메도프의 감점이 선언되며 박태준은 3-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이후 박태준은 날개를 단 듯 공격을 퍼부으며 상대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종료 14초를 남긴 상황에서 마고메도프가 이전에 당한 부상의 통증이 악화한 듯 또다시 그라운드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감점 2점을 더 받았고 박태준은 9-0으로 1라운드를 마쳤다.

마고메도프의 부상 정도는 한눈에 봐도 심각해 보였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스텝조차 제대로 밟기 힘들어 했다. 그러나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더 싸우겠다는 투지를 불태웠다.

2라운드가 시작되고 두 사람은 더욱 과격한 경기를 펼쳤다. 박태준은 회전 공격으로 상대 머리를 가격해 5점을 따냈고 몸통 공격도 연이어 가볍게 성공시켰다.

하지만 마고메도프는 부상으로 경기를 속행하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자 경기를 포기했다. 결국 박태준은 금메달을 손안에 넣었다.

박태준은 상대가 다쳤다고 봐주지 않았다. 부상을 끌어안고도 경기를 이어간 것은 상대방이었다. 부상이 치명적이었다면 기권을 했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박태준은 그런 상대방의 투지를 존중해 최선을 다해 싸웠다. 박태준이 오히려 부상을 이유로 상대방을 봐줬다면 오히려 상대에게 굴욕이 됐을 것이다.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시상식에서 시상식을 마친 후 부상일 입은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를 부축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시상식에서 시상식을 마친 후 부상일 입은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를 부축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박태준은 금메달 확정 후 감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상대의 부상으로 인해 곧바로 세리머니를 하지도 않았다. 그는 경기 후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상대에게 다가가 걱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심지어 그는 메달 수여식에 나오는 길에 부상을 입은 상대를 부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해당 경기 이후 외국 네티즌들은 박태준의 인스타그램에 찾아가 악플 세례를 퍼부었다.

외국 네티즌들은 "스포츠는 상대에 대한 존중을 요구한다. 당신은 그런 게 없었다", "상대가 쓰러졌고 부상을 입었다. 심판이 경기까지 중단시켰는데 당신은 이것을 보고도 계속 공격을 가했다. 그 메달이 당신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거다", "거짓된 승리를 거뒀다. 고의로 선수에게 부상을 입혔으니 가짜 챔피언이다", "불명예스럽다. 당신은 부상당한 상대방이 넘어지자 발로 걷어찼다", "상대가 부상으로 쓰러졌는데 도대체 왜 그를 찬 거냐", "매우 불공평한 공격이었다" 등 반응을 보였다.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결승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결승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한국 태권도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올림픽마다 1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3년 전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구겨졌던 종주국의 자존심이 16년 만에 회복된 셈이다.

심지어 남자 58kg급의 올림픽 첫 금메달이다. 이 체급은 이대훈조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