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22·삼성생명)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비판을 쏟아낸 것을 두고 정치권이 응답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언론을 통해 "파리 올림픽 종료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진상 파악에 나설 것"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도 보고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체부가 주무 부처이므로 그곳에서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또 "안세영의 문제 제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문체부에 지시했다”며 “일단 올림픽이 끝난 이후 우선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지는 진상조사를 하고, 문제가 있다면 관련자 문책이나 개선 방향이 나오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안은 이날 오전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논의됐으며, 윤 대통령에도 관련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문체부도 안 선수가 지적한 베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을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베드민턴 종목 외에도 다른 종목들의 선수 관리에도 문제가 없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모든 종목을 전수 조사할 수는 없겠지만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한 종목이나 관련 부처에서 문제가 있다고 인지한 협회 등은 전반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배드민턴협회가 "권력보다는 선수를 대변하고 소통하는 협회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날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시대는 바뀌고 젊은 선수들의 의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 협회는 아직도 독재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세영은 전날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9위·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배드민턴계에 새 역사를 썼다.
안세영의 금메달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배드민턴 여성 단식 방수현이 결승에서 승리한 이후 28년 만이다. 배드민턴 전체 경기에서도 2008년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의 혼합 복식 이래 16년 만의 금메달이다.
하지만 경기 직후 안세영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10월 안세영은 자기공명영상(MRI) 정밀 검진을 실시한 끝에 오른 무릎 근처 힘줄 일부 파열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안세영은 이 진단이 오진이었으며 지난해 연말에야 부상 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걸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안세영은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크게 실망했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윤 의원은 "안 선수의 기자회견을 보고 딸아이를 둔 부모로서 그리고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동호인으로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다"며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축구 등 협회들의 자기 계보 선수 챙기기, 부상 선수에 대한 관리 부재, 일방적인 의사결정, KLPGA(여자프로골프)의 협박성 대회 불참 강요 등 독재적인 협회 운영은 이미 많은 부분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리 올림픽에서 전 종목 금메달을 석권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양궁의 경우 파벌이 없고 오직 실력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며 "다른 종목의 협회도 양궁협회의 모범적인 운영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의원은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님께서는 협회 운영과 선수 관리에 대한 자체 감시나 실태조사 등을 통해 안세영의 진솔한 외침을 다시 한번 꼭 살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