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원한 환자를 방치해 장 폐색으로 숨지게 한 정신과 의사 양재웅 병원에서 '코끼리도 쓰러질' 수준의 고용량 진정제를 투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겨레는 양재웅이 병원장으로 있는 정신병원에서 최근 발생한 30대 여성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해당 병원 측에서 여성의 입원 첫날부터 급성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조증에 준하는 약물을 투약했다고 6일 단독 보도했다.
매체는 10년 차 정신과 전문의 A 씨의 말을 인용해 "환자가 정신병적인 증상이 있었다기보다는 입원 등 환경의 변화로 거부 반응이 극심한 상태였는데 (다른 방법으로 이를 완화하려 하지 않고) 첫날부터 급성 조현병 또는 양극성 장애 조증에 준하는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A 씨가 진료 관련 기록에서 가장 먼저 지적한 건 바로 입원 초반의 고용량 진정제 투여였다. 피해 여성은 지난 5월 10일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해당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7년 전부터 내과 병원 등에서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을 처방받아 복용하다가 최근 중독 증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격리실 CCTV 영상에 따르면 입원 첫날인 5월 10일, 여성은 환복을 거부하며 한동안 의료진과 실랑이를 벌이다 오후 3시 55분께 결국 약물을 삼켰다. 이날 여성이 복용한 약은 페리돌정 5mg, 아티반정 1mg, 리스펠돈정 2mg, 쿠아틴정 100mg, 쿠에틴서방정 200mg이었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의료진이) 하나의 약으로는 충분한 진정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들은 대부분 항정신성·향정신성 약물이고 특히 리스펠돈은 고역가(단위 밀리그램당 강한 효과)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약을 섞어 주사를 만들면 소위 말해 '코끼리 주사'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끼리조차 쓰러뜨릴 정도의 강력한 약이라는 뜻이다.
피해 여성은 입원한 지 9일째 되는 날부터 섬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펜터민 금단현상으로 인한 식욕 증가와 정신과 약물의 '식욕 항진효과'가 겹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여성의 모친은 "입원한 이후부터 딸아이와 통화를 해보면 늘 정신이 혼미해 있었고 딱 한번 면회를 했을 때는 비틀거릴 정도였다"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정신작용제 부작용으로 소화기와 근육계통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작용제의 흔한 부작용으로 항콜린 부작용(구강 건조, 장운동의 저하, 소화불량, 변비, 배뇨 곤란, 안구 건조, 섬망 등)과 더불어 근육 계통의 부작용(근육 떨림, 급성 근긴장 이상, 좌불안석증, 신경이완제악성증후군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의료진의 체크가 초반부에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섬망은 정신과적 부작용이 아니라 소화기 계통 및 근육 부작용의 누적으로 생겼을 수 있는데 이를 정신과적 증상으로만 보고 약으로 잠재우려 한 것 같다"라고 짚었다.
이런 과정에서 장의 흡수와 연동운동의 정체 상태가 지속되면서 장 폐색이나 패혈증성 쇼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피해 여성은 숨지기 전에 대변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용량의 진정제 투여는 사망 당일까지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투약 기록에 따르면 피해 여성이 약을 삼키지 못할 정도로 자기 몸을 주체하지 못하자 경구약보다 주사제가 쓰였다.
이후 여성은 격리실에 갇힌 채 복통을 호소하며 문을 두드리다 손과 발, 가슴을 두 시간 동안 결박당했다. 여성이 코피를 흘리며 숨을 헐떡이자 강박에서 풀려났지만 그로부터 1시간 30분도 지나지 않아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급성 가성 장폐색'을 사인으로 추정했다.
현재 유족은 병원이 상태가 악화한 딸을 방치했다고 보고 병원장 양재웅을 포함해 의료진 6명을 통상적인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닌 유기치사죄로 형사고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