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달고 첫 올림픽에 출전한 김주형이 2024 파리올림픽 골프 남자 최종라운드에서 메달을 놓친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김주형은 5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외곽의 르골프 내셔널에서 열린 대회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8위를 기록했다. 그는 전반에만 버디 3개를 잡으며 한때 메달권 근처까지 갔지만, 후반 들어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김주형의 8위 기록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안병훈이 기록한 공동 11위를 뛰어넘는 한국 남자 골프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날 메달권을 기대했던 김주형은 18번 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 페널티 구역으로 빠지면서 2타를 잃었고, 결국 순위는 8위까지 내려앉았다. 경기 후 김주형은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 나선 김주형은 "(눈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감정적인지 몰랐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이런 감정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17번 홀부터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조의 절친한 동료 스코티 셰플러와의 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셰플러는 김주형의 어깨를 감싸며 "수고했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고, 이게 김주형의 눈물을 터트리는 도화선이 됐다. 김주형은 "골프를 시작한 뒤 이렇게 운 적이 없다"면서 "처음으로 나라를 대표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컸다. 한국 골프의 발전을 위해 이번에 꼭 (메달을) 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추어 시절부터 외국에서 오래 지내서 나라를 대표할 기회가 없었다. 태극마크를 달아서 정말 좋았다. 최대한 태극기를 리더보드 상단에 올리고 싶었다"며 "손흥민 선수가 대표팀 경기 후 왜 우는지 이제 알 것 같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김주형을 옆에서 지켜본 김형태 감독은 "(김)주형이가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번 파리올림픽을 정말 오랫동안 기대해왔다. 국가대표로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했는데 생각보다 그 부담감이 컸던 모양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4 파리올림픽 골프 금메달은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에게 돌아갔다. 셰플러는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낚아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은메달은 18언더파의 토미 플릿우드가, 동메달은 17언더파의 마쓰야마 히데키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