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세상을 떠난 중년 여성의 흔적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1일 조선일보는 고인이 된 박 모 씨의 보금자리였던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한 고시원 방문 취재기를 보도했다.
고시원은 4.9㎡(1.5평) 정도의 좁은 공간이었다. 고시원 간판엔 '해피'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고 한다.
박 씨 방엔 달력이 걸려 있었다. 거기엔 "몸이 너무 아푸다(아프다). 살기 실타(싫다). 죽고 싶다"고 쓰여 있었다. 어머니 기일을 표시해두기도 했다.
소형 냉장고엔 쌈장과 고추장이 놓여 있었다. 나무젓가락, 컵라면, 국그릇, 숟가락, 생수병 등도 발견됐다.
천장 옷걸이엔 수건과 속옷, 양말, 옷들이 걸려 있었다. 침대 위엔 귀마개, 이어폰이 놓여 있었다.
새 로또 OMR 용지도 있었다. 당뇨약, 고지혈증약, 위장약 등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수첩에는 "양조 식초가 혈관과 장에 좋다"는 메모가 있었다.
박 씨는 6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충북 충주 출신으로 20대에 서울에 와 세차장에서 일했다. 결혼은 안했다.
고인의 지인들은 박 씨를 '착하고 온순한 사람'이라 표현했는데, 박 씨는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박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 95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상심이 컸다고 한다.
박 씨는 지난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나루터에서 팔에 5㎏ 아령을 묶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투신한 지 3일 만이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