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축받지 못하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고령의 남성이 차량을 운전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운전자'라는 제목의 영상이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지난 24일 올라왔다.
최근 경기 성남시 중원구 단대전통시장 앞 도로에서 찍힌 영상엔 발을 떨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젊은 남성의 부축을 받으며 SUV로 접근하는 모습, 노인이 SUV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는 모습, 노인이 차를 운전하며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핸들을 잡을 것처럼 보이던 젊은 남성은 노인을 차까지 데려다준 뒤 영상에서 사라진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몸 상태가 저런데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어떻게 통과한 건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운전을 한다고?”, “제보해서 운전 못 하시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저 할아버지가 운전석에 앉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브레이크 밟을 힘도 없어 보인다”, “절대 운전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조건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욕하기 전에 생각 좀 해봅시다. 저는 노인들 운전을 반대합니다. 하지만 서울, 경기를 제외한 지방에서는 운전을 못 하면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읍이라고 해봐야 서울의 동 수준이죠. 그런데 그 읍 주변에 수많은 농가가 있습니다. 버스 대기 시간은 20분~한 시간이나 됩니다. 차만 타면 10분, 15분이면 갈 거리를 누가 20분, 한 시간씩 기다릴까요. 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교통 약자를 위한 셔틀을 운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노인을 욕할 게 아니라 자진해서 반납할 수 있도록 여건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자 이런 반박 글이 올라왔다.
“노인 운전을 폄하하는 게 아닙니다. 노령자도 운전에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제재할 이유가 없죠. 운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운전하는 걸 지적하고 욕하는 겁니다. 젊은 사람도 상태가 안 되면 운전하지 말아야죠. 노령자의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와 젊은 운전자의 과속, 난폭으로 인한 사고 중 어떤 게 더 사고율이 높고 피해가 클지는 모릅니다. 다만 저 노인은 자기 편하자고 남을 죽일 수 있는 흉기를 몰고 다니는 겁니다.”
해당 게시물은 이틀 만에 8만건에 가까운 조회를 기록하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중구 시청역 교통사고 참사가 일으킨 충격이 게시물에 대한 관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 차 모(68) 씨에 대해 25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차 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께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을 몰던 중 역주행 후 인도로 돌진해 인명피해를 낸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를 받는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차 씨와 차 씨 아내를 포함해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를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운전자 과실이 크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차씨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