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주요 신체 부위의 양성 종양을 제거한 여성 환자들의 사진 제출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심평원은 요양급여비용 심사와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25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A 산부인과 의원의 B 원장이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심평원이 외음부 양성 종양을 제거한 여성 환자들의 동의 없이 성기 사진을 보내라고 요구했다"며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밝혔다. 심평원이 수술 전후 사진을 증거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B 원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외음부 양성 종양 환자가 다른 병원보다 많아 허위 청구로 의심한 것 같다"며 "시술을 입증하라는 요구를 여러 번 받았으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수술 전후 사진'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심평원이 오는 29일까지 자료 제출을 요구해 환자 사진을 제외한 수술 전 조직 검사 결과지와 차트 등 서류를 준비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환자의 병변을 사진으로 찍지만, 유출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동의를 받는다"며 "엑스레이나 초음파 사진도 아닌 성기 사진을 어떻게 제출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환자의 동의 없이 사진을 제출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법적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심평원이 환자가 알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다. 기본적으로 심평원이 의사를 도둑, 사기꾼 취급한 것"라고 말하며 분개했다. 의협은 담당 심평원 직원의 직권남용혐의 고발 등을 법적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시스는 심평원 요구가 과도하다는 의료계 입장을 전했다.
수도권에 있는 C 산부인과의 의사는 "외음부 양성 종양 제거술을 시행했다면 조직 검사 결과지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사진 제출 의무가 없다면서 조직검사 결과와 차트로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B 원장은 "외음부 양성 종양 제거술은 마취 등 시술에 시간이 소요되고 수가도 낮아 산부인과에서 기피한다"며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린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례가 쌓이면 급여 환자는 갈 곳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수가를 충분히 더 인정해 주기 위해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뉴시스에 "수술 기록지와 조직 검사 결과를 토대로 심사한 결과 외음부 종양이 아닌 농양으로 확인 돼 농양 절개술 수가로 조정이 됐었다"면서 "자료가 많을수록 검토하시는 위원들이 심사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심사 참고 자료 목록 중 추가로 낼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내라는 의도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B 원장은 "종양으로 보여서 제거를 했고, 최종 진단 결과가 농양으로 나온 것"이라면서 "환자들 성기 사진이 유출되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고 결국 필수의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