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한테 조롱메일 보낸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 딱 '세글자' 남겼다

2024-07-25 11:34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보낸 조롱메일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비판한 기자에게 조롱 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뉴스1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뉴스1

25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축구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3일 오전 뉴시스 기자에게 '문해력?'이라는 제목으로 메일 한 통을 보냈다. 따로 본문 내용은 없었고 3글자가 적힌 제목이 다였다.

같은 날 오후에는 '축구협회 설명문을 제대로 정독?'이라는 제목으로 또 한 통의 메일을 보냈다. 역시 내용 없이 제목만 적힌 메일이었다.

해당 메일을 받은 기자는 "해당 고위 관계자는 '기자가 축구협회의 설명문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기사를 작성했다', 혹은 '기자가 문해력이 떨어져서 설명문을 이해조차 못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으로 보였다"며 조롱 메일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기자는 축구협회 측에 해당 메일을 보낸 인물을 문의했고, 실제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보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서 기자가 축구협회의 해명문을 두고 "오히려 협회 내에서 절차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축구협회는 대중들과 축구인들이 지적하는 문제의 핵심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항의 차원에서 해당 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회의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뉴스1
임원회의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뉴스1

한편 축구협회는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에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약 5개월 간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 입장문을 공개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열린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 당시부터 "선수단 내 화합과 기강확립을 위해 내국인 감독 선발 추천 여론이 다수 있었다", "외국인 감독의 국내 거주 문제로 국내 감독 선임에 대한 선호 의견이 많았다"고 말해 박주호가 폭로했던 국가대표팀 감독 내정설을 인정한 셈이 됐다.

또 홍명보 감독이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자들과 달리 면접을 프리 패스하며 특혜를 누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내 감독의 경우, 전력강화위원들이 이미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 축구 철학, 경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PT나 다양한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의문을 남겼다.

축구협회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선 홍명보 감독은 25일 오전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유럽을 돌며 외국인 코치들을 면접한 뒤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설영우, 황인범 등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유럽파 선수들과 면담도 진행했다. 그는 오는 29일 공식 취임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들을 해명하고, 국가대표팀 운영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