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있는 모든 에어컨을 틀면 여름이 시원해지지 않을까.' 어릴 적 한 번은 품을 법한 의문이다. 한창 더울 때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알아보자.
에어컨은 어느덧 필수 가전이 됐다.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기 힘들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 전세계 모든 에어컨을 동시에 가동하면 여름을 더 시원하게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러면 오히려 지구 온도가 올라갈 뿐이다.
에어컨은 실내의 더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면서 실내를 시원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외부로 배출되는 열은 지구 대기 온도를 높인다.
에어컨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열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단순히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전체적으로 지구의 열에너지를 증가시킨다.
더 큰 문제는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다. 에어컨은 전기를 사용해 작동하는데, 이 전기는 화석 연료를 통해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화석 연료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에어컨 사용이 증가할수록 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발전소는 더 많은 연료를 태워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켜 지구 기온 상승을 초래한다.
에어컨의 냉매 가스도 문제다.
과거에는 CFC(염화 플루오린화 탄소)가 사용됐으나, 이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현재는 CFC를 대체해 HFC(수소화 플루오린화 탄소)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 역시 강력한 온실가스로 작용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
에어컨 사용으로 인해 도시 열섬 현상도 심화한다. 도시 열섬은 도시 지역이 주변 지역보다 온도가 높은 현상이다.
에어컨이 외부로 배출하는 열 역시 도시 열섬의 악화 원인 중 하나다. 따라서 에어컨 사용이 증가할수록 도시 내 기온은 더욱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전세계 모든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은 여름을 시원하게 만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에어컨 사용에 의존하기보다는 건물의 단열을 개선하고 자연환기 시스템을 활용하며,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드는 등 친환경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