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사망' 중대장, 유족에게 사과하기까지 걸린 시간

2024-07-24 09:38

구속영장 신청과 청구를 앞둔 시점이 돼서야 문자메시지로 사과

훈련병에게 규정에 어긋난 군기 훈련(얼차려)을 지시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직권남용 가혹행위 및 학대치사)로 구속기소 된 육군 12사단 중대장이 사건 발생 25일 만에 유족에게 사과한다고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얼차려 사망' 사건 가해자인 육군 12사단 중대장이 유족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 MBC 'PD수첩' 갈무리
'얼차려 사망' 사건 가해자인 육군 12사단 중대장이 유족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 MBC 'PD수첩' 갈무리

지난 23일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육군 12사단 중대장 A(27·대위) 씨는 지난달 17일 박 모 훈련병의 모친에게 문자메시지로 사과했다. 지난 5월 23일 박 씨가 사망한 지 25일 만의 일이었다.

공개된 문자메시지에서 A 씨는 "병원에서 뵙고 그 이후에 못 찾아봬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다"며 "한번 부모님을 만나 뵙고 싶은데 괜찮으신지"라고 물었다.

이틀 뒤 A 씨는 한 번 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어떤 말씀을 드려도 위로가 안 될 거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면목이 없다"며 "제가 그때 올바른 판단을 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계속 그날을 되뇌면서 깊이 반성하고 또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다"고 했다.

이어 "지휘관이 규정에 어긋난 지시를 했는데도 군말 없이 이행해 준 아드님과 유가족분들에게 사죄하고 싶은데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재차 만남을 요청했다.

이에 박 씨의 어머니는 "구속영장 신청한다고 한 날인가 그날도 문자가 왔다"며 "어떤 미안한 감이나 진정성이 없다고 믿는다. 25일이 뭔가"라고 탄식했다.

A 씨가 박 씨 유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지난달 17일과 이틀 뒤인 19일은 각각 A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과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시점이었다.

군인권센터는 이에 대해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사죄 연락 한번 없던 중대장이 수사가 본격화되자 인제야 사죄 운운하며 만나자고 요구하는 것은 ‘부모님에게 사죄했다’고 주장하며 구속 위기를 피하려는 속셈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이 지난 21일 강원도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이 지난 21일 강원도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앞서 지난 5월 22일 부중대장은 취침점호 이후 떠들었다는 이유로 피해자 6명을 군기 위반으로 적발했다. 이후 다음 날 오전 중대장에게 구두 보고 후 군기훈련 승인을 받아 이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들은 군기훈련 시에 관련 법령에 따라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해 사유를 명확히 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군기훈련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함에도 이런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훈련병들의 신체 상태나 훈련장 온도지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사건 당일인 5월 23일 오후 4시 26분쯤 부중대장은 보급품이 다 지급되지 않은 훈련병들에게 군장의 공간을 책으로 채우게 하는 방법으로 완전군장을 하도록 했다. 이후 총기를 휴대하게 한 후 연병장을 2바퀴 보행하게 했다.

뒤이어 나타난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인 훈련병들에게 연병장 선착순 뜀걸음 1바퀴를 실시했고,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3바퀴를 잇달아 지시했다.

결국 오후 5시 11분쯤 박 씨는 뜀걸음 3바퀴 도중 쓰러졌다.

피의자들은 "너 때문에 다른 애들이 못 가고 있다"는 말을 하는 등 위급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응급처치를 지체했다. 의무대를 거쳐 민간병원으로 옮겨진 박 씨는 25일 오후 3시쯤 사망에 이르렀다.

국립과학수사원의 부검 결과에 따르면 박 씨의 사망 원인은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