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선임과 관련해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밝혔다.
지난 16일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 장례식장. 한국프로축구연맹 한웅수 부총재의 부친상으로 수많은 축구인과 관계자가 조문했다.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도 저녁 시간대에 빈소를 찾았다.
정 회장은 한 부총재, 그리고 그의 가족을 위로한 뒤 자리에 앉았다가 주요 인사를 만났다. 이후 자리를 뜰 때 주변에 있던 조문객과 일일이 악수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을 비롯해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잡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정 회장께서 인사할 때마다 ‘죄송하다’고 말씀했다. 아무래도 축구계가 뒤숭숭한 만큼 수장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려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 축구인은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한국 축구 수장이 상갓집에서 사죄할 게 아니라 대중 앞에서 해명이든, 용서든 ‘대국민 메시지’를 내달라는 의미다.
또 다른 축구계 관계자는 “지금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단순히 팬의 비판만이 아니지 않느냐. 축구계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나 있다. 이를 조금이라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만한 그림을 만들려면 회장이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경질된 후 5개월가량 새로운 사령탑을 물색한 협회의 최종 선택은 국내 지도자인 홍명보 감독이었다.
외국인 감독을 알아보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국내 감독을 선임한 점과 홍 감독이 대표팀에 생각이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하다가 갑자기 180도로 자세를 바꾼 점 등을 들어 팬들은 협회의 결정을 비판했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박주호가 선임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을 본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가운데 국가대표 출신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김영광 등 축구인들이 연이어 목소리를 보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이에 지난 15일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협회를 직접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