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 참사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TV 프로그램으로 SBS 예능 '런닝맨'을 꼽았다.
조선일보는 리 참사와 진행한 인터뷰를 18일 단독 보도했다.
리 참사는 인터뷰를 통해 쿠바에서 접한 한국에 대한 인상을 솔직하게 밝혀 이목을 끌었다.
리 참사는 "많은 북한 주민이 한국 매체를 통해 한국 현실을 알게 된다. 쿠바에도 한류가 불어서 한국 예능 프로나 드라마를 복사해 파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대사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프로그램) 제목만 알려주면 오후에 '구해 놓았다'고 연락이 온다. 그렇게 사서 봤다"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게 본 프로그램으로 SBS 인기 장수 예능 '런닝맨'을 꼽았다. 그는 "'런닝맨'이 가장 재미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유재석과 지석진이다. 처음엔 미국 영화를 많이 보다 한국 드라마·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미국 영화는 잘 안 봤다"라고 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는 탈북민들이 출연하는 방송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상류층으로 생활해 오다 보니 지방의 현실, 어려운 사람들의 현실에 대해 잘 몰랐다. 한국 와서 그분들의 생생한 증언을 보면서 이전에 내가 가졌던 편애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또 그는 한국에 온 뒤 평양냉면의 매력에 빠졌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리 참사는 "한국에 와서 거의 매일 먹는 게 국수다. 북한 국수는 밍밍하고 무슨 맛인지 모르는데 (한국) 국수가 너무 맛있다. 한국 마트에서 파는 봉지에 든 평양냉면이 맛있어서 매일 사 먹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리 참사는 북한과 해외의 아이들의 차이를 언급하며 "아이들을 다시 북한에서 살게 하는 게 부모로서 할 일인가"라는 고민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외교관 자녀들은 해외에서 생활총화(상호·자아비판)나 학습(사상 교육)에 참여하긴 한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을 현지 아이들처럼 생활한다. 발언이나 옷차림을 조심하거나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북한에 있을 때처럼) 행사나 무보수 노동에 동원되는 스트레스가 없으니 애들이 쑥쑥 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을 다시 북한에서 살게 하는 게 부모로서 할 일인가' 하는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
특히 그는 신체적인 차이를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 자녀들을 데리고 나갔다가 평양으로 돌아와 학교에 입학시키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게 있다. 북한에서만 살던 동급생 아이들보다 키가 5~10cm 정도 크고 피부 때깔도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이유로 "자유를 누리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4월부터 쿠바 주재 정치 담당 참사를 지낸 리일규 참사는 김정은 표창장까지 받았던 엘리트 외교관이었다. 불과 지난해까지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탈북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