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보고할 정도로 큰 사건” TV동물농장, 전 세계적 특종 전했다

2024-07-15 14:08

앵무새 단성생식 사례 보고... 6개월 이상 생존 사례는 이례적

단성생식으로 태어난 캘리와 그의 어미 뚜이. / SBS 'TV동물농장'
단성생식으로 태어난 캘리와 그의 어미 뚜이. / SBS 'TV동물농장'
앵무새 단성생식 사례가 한국에서 보고됐다. 혼자 사는 암컷 앵무새가 낳은 새끼 앵무새가 6개월 넘게 살아 있는 사례를 SBS ‘TV 동물농장’이 지난 14일 소개했다.

제보자는 나영 씨. 그는 수개월 전 미스터리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암컷 모란 앵무인 뚜이의 새장에서 회색 앵무새가 발견됐다. 수컷이 없었던 까닭에 나영 씨는 뚜이가 낳은 새끼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제작진이 나영 씨의 집을 찾자 모란 앵무 뚜이가 제작진을 공격하며 난폭한 모습으로 맞았다. 원래는 세상 순한 앵무새였던 뚜이가 까칠해진 건 올해 초. 나영 씨는 뚜이 새장에서 낯선 새 소리가 들려 둥지를 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처음 본 회색 앵무새가 새장에서 발견됐다. 이후 뚜이는 누군가 회색 앵무새 근처에만 가면 예민하게 반응했다.

나영 씨는 집 인근을 수소문해 회색 앵무새를 잃은 사람을 찾았지만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나영 씨는 회색 앵무새에게 캘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지냈다. 하지만 어떻게 캘리가 뚜이 둥지에 나타났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거기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뚜이가 캘리에게 비행 연습을 시켜 주는 등 마치 어미처럼 육아를 도맡아 한다는 점이다.

나영 씨는 ‘캘리가 혹시 뚜이가 낳은 새끼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뚜이는 1년 동안 바깥으로 나간 적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뚜이는 다른 앵무새와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제작진 의뢰를 받은 조류 전문가 조삼래 공주대 명예교수가 나섰다. 수많은 가정을 동원해 가며 추정해 봐도 캘리의 나이가 어리다는 것 외엔 쉽사리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제작진은 나영 씨 동네에 캘리 아빠를 찾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SBS 'TV동물농장'은 캘리의 아빠를 찾기 위해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  SBS 'TV동물농장'
SBS 'TV동물농장'은 캘리의 아빠를 찾기 위해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 SBS 'TV동물농장'

뚜이와 은밀한 만남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는 앵무새를 두 마리를 상대로 알리바이를 조사했지만 이들 앵무새는 캘리 아빠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조 교수는 캘리가 단성생식을 통해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환경이나 주변 여건이 좋으면 암컷이 수컷 없이 혼자서 알로 번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단성생식이 조류에서 비교적 드문 현상인 까닭에 뚜이와 캘리의 유전자를 채취해 조사가 이뤄졌다.

놀랍게도 캘리가 뚜이 혼자서 낳은 새끼라는 판독이 나왔다. 이선미 국립 야생동물질병관리원 연구사는 “캘리 유전자엔 부계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에서도 혼자 살던 암컷 앵무새가 새끼를 낳은 적이 있다. 다만 그 새끼는 4일 이내에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면서 “캘리 사례는 매우 드문 케이스다. 이 정도면 학계에 보고될 정도로 굉장히 큰 사건이다. 데이터를 좀 보강해서 논문화하는 작업까지 생각하고 있다. 단성생식 메커니즘에 대해서 밝힐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나영 씨는 “뚜이가 간절히 원했던 새끼인 만큼 저도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