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에 불과한 아이가 신장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다수의 자녀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부모가 재판에 넘겨졌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는 11일 A(36) 씨와 B(34) 씨 부부의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 부부는 자녀 C(8) 군이 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장기간 유기·방치해 지난 4월 4일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다.
또한 딸 D(4) 양의 눈질환을 방치해 중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아동학대법상 아동학대중상해)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4일 A 씨 부부의 지인인 E(33) 씨가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119에 신고하며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원이 강원도 강릉시 노암동의 주택으로 출동했을 때 이미 C 군은 세상을 떠난 뒤였다. C 군의 눈을 비롯해 온몸에는 멍 자국이 가득했다.
C 군과 D 양을 비롯해 자녀 7명을 양육했던 A 씨 부부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난방도 되지 않고, 쓰레기와 곰팡이가 가득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녀들을 방임·폭행했다.
이들 부부는 세탁기조차 없는 집에서 자녀들이 세탁되지 않은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집에서 술과 담배를 즐겼다. 생계 수단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아동 양육 수당 등 매월 5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이었다.
그러나 A 씨 부부는 보조금을 양육과 무관한 곳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그들은 매일 '삼촌'으로 불리는 이들과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고 흥청망청 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금이 부족해지자 아이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후 되팔아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이 사건은 C 군이 사망하기 10일 전 멍 자국을 발견한 교사가 경찰에 신고했으나 아이가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아 그냥 넘어갔던 사실도 알려졌다.
경찰은 이후 강릉시의 의뢰를 받아 A 씨 부부의 아동 학대 의혹을 조사 중이었지만, 그 사이 C 군이 숨졌다.
검찰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A 씨 부부에 대한 친권상실 청구 의뢰 절차를 진행 중이며, 피해 아동들은 보육원에서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곧장 결심으로 진행된 11일 공판에서 검찰은 A 씨 부부에게 각 징역 15년과 아동 관련 기관 등에 취업제한 10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A 씨 부부와 함께 살며 아동들을 폭행하거나 위협한 혐의(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로 구속기소 한 '삼촌' E 씨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같은 죄로 불구속기소 한 F(35) 씨에게는 징역 5년을 요청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2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