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부인인 김건희 여사 문자를 무시한 사실을 친윤계(친윤석열계) 인사들에게 언급하면서 역정을 냈던 것으로 9일 알려졌다고 한겨레가 10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당시 명품 가방 수수 등 김 여사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갈등하자 친윤계 의원들이 윤 대통령에게 ‘한동훈이 충정은 있으니 잘 다독여서 가자’고 건의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를 읽고도 무시한 사실을 들먹이면서 “이런 XX인데, 어떻게 믿냐”는 취지로 격노했다고 여권 인사들이 전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었던 지난해 12월 19일 야권에서 추진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법 앞에 예외는 없다. 국민들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대통령실은 김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해 '몰카 공작'이 사건의 본질이고 김 여사가 피해자란 입장을 견지했는데,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후보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악법”이라고 규정한 뒤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딱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졌다”라며 '총선 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띄웠다. 그러자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사이가 심상찮은 게 아니냔 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 후보가 김 여사가 보낸 문자를 무시하자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사이가 더욱 멀어졌다고 친윤계가 설명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갈등을 두고 당시 ‘약속 대련’이란 말이 나왔다. 잘 짜인 각본에 의해 움직였다는 의심이 일었던 게 사실이다.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것이 의심의 핵심이었다. 실상은 달랐다. 한겨레에 따르면 한 여권 관계자는 당시 윤 대통령이 만나는 사람마다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를 무시했다는 얘기를 분노하면서 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22대 국회의원 선거 전 한 후보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문자를 보내 명품백 수수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한 후보는 아무런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다음은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의 전문이다. TV조선이 일부 오탈자를 수정해 공개한 것이다.
▲2024년 1월 15일
요새 너무도 고생 많으십니다.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립니다 ㅠㅠㅠ 다 제가 부족하고 끝없이 모자라 그런 것이니 한 번만 양해해 주세요. 괜히 작은 것으로 오해가 되어 큰일 하시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불편할 만한 사안으로 이어질까 너무 조바심이 납니다.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습니다. 한 번만 브이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지요. 내심 전화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꼭 좀 양해 부탁드려요.
▲2024년 1월 15일 제가 죄송합니다. 모든 게 제 탓입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2024년 1월 19일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번 만번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 하는 것 뿐입니다.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충분히 죄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대선 정국에서 허위 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프로 빠졌고 지금껏 제가 서울대 석사가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을 나온 거로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걸 위원장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2024년 1월 23일 요 며칠 제가 댓글 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습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고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제가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김경률 회계사님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너무도 잘못을 한 사건입니다. 저로 인해 여태껏 고통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노고를 해치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 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 가지로 사과드립니다.
▲2024년 1월 25일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맘 상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큰맘 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만간 두 분이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