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헬스장 옆 남자 화장실을 이용했던 20대 남성을 성범죄자로 몰아간 수사 방법으로 비난받은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서 과거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는 이른바 '할머니 성추행범 몰이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이 공개됐다. 피해 호소인들은 강압수사로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개연성이 충분히 있었다며 '화장실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8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해 8월쯤 60대 여성 A 씨는 경기 화성시 영천동 한 거리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20대 남성 B 씨와 마주쳤고, B 씨는 쭈그려 앉아 A 씨 반려견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갑자기 A 씨가 화들짝 놀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후 112에 전화를 걸어 ''어떤 남성이 제 강아지를 만지면서 특정 부위(성기)를 보였다"고 신고했다.
신고 접수 시각은 오후 8시7분으로, 해가 늦게 지는 여름인 데다 가로등까지 켜진 상태여서 주변이 비교적 밝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 보안 카메라(CCTV) 영상을 통해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이 B 씨를 공연음란 혐의로 입건해 조사한 결과 당시 B 씨는 속옷 없이 반바지만 입은 상태였으며 반바지 길이가 상당히 짧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 강아지를 쓰다듬은 건 맞지만, 일부러 (성기를) 보여준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B 씨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사유로 B 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은 B 씨의 부모가 지난달 28일 화성동탄경찰서 자유게시판에 ‘작년 우리 자녀도 똑같은 일을 당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관심을 폭증시켰다. 지난달 23일 20대 남성에게 성범죄자 누명을 씌웠다는 논란을 일으킨 이른바 ‘동탄 헬스장 화장실 사건’이 발생한 지 5일 만에 나온 추가 피해 사례였기 때문이었다.
B 씨의 부모는 경찰이 첫 조사 당시 B 씨에게 반바지를 입혀 보고, 성기가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다고 강조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경찰은 ‘동탄 헬스장 화장실 사건’과는 본질이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CCTV 영상과 신고자 진술 사이에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상 피해자가 깜짝 놀라 도망치는 장면과 피해자 진술 등을 종합해 봤을 때 혐의가 충분히 인정됐었다”며 “그래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결정했었다”고 매체에 전했다.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선 “공연음란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검찰은 설령 (성기가) 보였다고 하더라도 고의가 없었다고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