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밟았지만...” 시청역 사고 운전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2024-07-05 10:55

병실에서 첫 피의자 조사 받은 시청역 사고 운전자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중구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 차모(68) 씨가 사고 사흘 만에 입을 열었다.

시청역 사고 현장에서 견인되는 가해 차량 / 뉴스1
시청역 사고 현장에서 견인되는 가해 차량 / 뉴스1

경찰은 지난 4일 오후 2시 45분쯤 차 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에서 첫 피의자 조사를 했다. 병원 입원실에서 진행된 이날 조사는 경찰 교통조사관 4명과 변호사 입회하에 약 2시간 동안 열렸다.

차 씨는 사고 당시 갈비뼈 골절 부상을 입고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현재는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차 씨의 부상을 고려해 진술이 어렵다고 보고, 근거리 신변 보호만 해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직후 계속 '급발진'을 주장했던 차 씨는 이날 조사에서도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딱딱했다"며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주장했다.

사고 당시 차 씨와 동승한 아내 역시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남편이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더 가속됐다고 했다"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다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이 안 됐다는 차 씨의 설명과는 구체적 묘사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날 경찰은 차 씨가 아직 회복 중인 점을 감안해 본격적인 신문을 하기보다는 사고 전후 상황에 대한 차 씨의 진술을 듣는 데 주력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와 그의 변호인 측과 협의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원은 이날 새벽 경찰이 차 씨를 상대로 청구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차 씨가 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불분명하고 체포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여부 등에 대해서도 계속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경찰이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G80의 사고기록장치(EDR)와 현장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측됐다. 경찰은 차 씨가 사고 직전 가속페달(액셀레이터)을 강하고 밟았고, 주행 중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점 등을 확인했다. 사고 구간에서 급제동 시 생기는 스키드마크(타이어가 밀린 자국)도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는 지난 1일 오후 9시 30쯤 차 씨가 몰던 G80 차량이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나와 빠른 속도로 역주행하면서 발생했다. 차량은 인도로 돌진해 다수 보행자를 친 뒤 차량 2대를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고, 운전자 등 7명이 다쳤다.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국과수의 사고 차량 정밀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급발진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