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끔찍한 당시 상황 그대로 담긴 시청역 대참사 119 '녹취록' 공개

2024-07-05 08:54

15분 동안 총 14건 신고 접수

9명이 사망한 시청역 대형 교통사고 당시 119에 신고된 녹취록이 공개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한 남성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해 최소 13명 사상자가 발생,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뉴스1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한 남성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해 최소 13명 사상자가 발생,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뉴스1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4일 소방당국에서 제출받은 7월 1일 119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 27분부터 오후 9시 42분까지 약 15분 동안 총 1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녹취록에 담긴 신고자들의 목소리는 당시 긴박한 상황을 설명하듯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한 신고자는 충격으로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며 힘겹게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초 신고자는 "시청역 사거리에서 승용차끼리 사고가 크게 나 차량이 완전히 반파됐고 사람 1명이 도로에 누워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사고는 가해 차 한 대가 시민 여러 명에게 돌진한 상황이었지만 신고자는 차량끼리 발생한 사고인 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신고자는 "검은색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를 덮쳐 사람들이 많이 다쳤다. 다섯 명 이상 쓰러져 있다"라고 했다. 그는 신고 접수자가 "(사고 장소가) 신당역이 맞느냐"라고 묻자 경황이 없는 듯 "네"라고 잘못 답했다. 사고 현장은 서울 중구 시청역이었다.

사고 현장 인근에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추정되는 신고자는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힘겹게 주변 상황을 설명해 대원이 "진정하라"며 안정시키기도 했다. 급기야 대원은 통화 중 "울지 말고 진정해야 돼요"라며 신고자를 다독였다.

이 신고자는 피해자들 상태에 관한 질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은 뒤 "의식이 없다. 숨 안 쉬는 것 같다고 한다"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현장을 수습하는 구조대원들 / 뉴스1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현장을 수습하는 구조대원들 / 뉴스1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직접 응급처치에 나선 시민도 있었다. 이 신고자는 "차가 사람 여러 명을 쳐서 사람이 쓰러져 있다. 빨리 와주셔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환자가 대충 몇 명이냐는 질문에 그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까지 숫자를 세기도 했다.

이어 "응급처치 부서 연결하면 응급처치할 수 있겠느냐"라는 대원의 질문에 1초의 고민도 없이 "네, 제가 할게요"라고 말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상인은 "시민들이 쓰러진 사람들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오후 9시 42분께 전화를 걸어 온 마지막 신고자는 "큰 굉음이 났고 사람들이 다 쓰러져 있는데 한 명만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나머진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앞서 해당 사고를 낸 가해자는 지난 1일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200여 m 역주행하다 인도 위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 두 대의 차량과 충돌했다.

경찰은 가해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이 이를 기각했다. 현재 가해자는 사고로 인한 갈비뼈 골절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