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응씨배 4강서 탈락한 한국 바둑계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2024-07-04 21:46

한국 바둑, 4강에도 오르지 못한 건 처음

'응씨배'에서 한국 바둑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대표팀의 마지막 기사였던 원성진 9단도 중국 셰커 9단에게 276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1988년 시작된 '응씨배' 최다 우승국(6회)인 한국이 4강에 오르지 못한 건 사상 최초다.

원성진 9단. / 한국기원 제공
원성진 9단. / 한국기원 제공

바둑계의 '올림픽'이라 일컬어지는 제10회 응씨배 세계 프로바둑 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역대 최대 수치를 안기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36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은 일대 충격을 받았다. 지난 16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신진서 9단을 비롯해 박정환 9단, 신민준 9단, 김진휘 7단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어 4일 열린 8강전에서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원성진 9단마저 중국의 셰커 9단에게 졌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사상 최초로 준결승전에 단 한 명도 진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동안 응씨배에서 한국은 6회 우승을 거두며 명실공히 바둑 강국의 위상을 누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역대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한국 바둑계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준결승전에는 중국의 셰커 9단과 커제 9단,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 그리고 대만의 쉬하오훙 9단이 올랐다. 특히 쉬하오훙 9단은 대만 기사 최초로 응씨배 4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40만 달러(약 5억 5000만 원)로, 한국 바둑 선수단의 전면적 부진 속에 다시금 중국이 바둑 강국의 면모를 보이게 됐다. 이는 한국 바둑계에 커다란 충격이자 반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바둑은 중국에 밀려 주도권을 내주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번 응씨배 참패로 인해 한국 바둑계가 현재 어느 정도 위기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한국 바둑 선수단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중국과 일본 등 강호들과의 격차를 좁혀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둑 저변 확대와 젊은 인재 발굴 등 바둑 생태계 전반에 걸친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회 참패가 한국 바둑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바둑 자료 사진. / Lunx-shutterstock.com
바둑 자료 사진. / Lunx-shutterstock.com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