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CCTV, 마약류 투여해달라고 두손 모아 싹싹 비는 장면 (영상)

2024-07-04 22:09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42명 검찰 송치

병원에서 마약류를 달라고 사정하는 이들의 충격적인 모습이 공개됐다.

4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의원 2곳의 의사 2명, 병원 관계자 14명, 투약자 26명 등 42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명 '압구정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주차 시비' 사건에 연루된 병원 두 곳에 대해서 추가 수사를 벌여왔다.

약물에 취해 롤이로이스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신 모(28) 씨에게 마약류를 처방했던 의사 염 모 씨도 여기에 포함됐다.

경찰이 신 씨의 범행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염 씨가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도 드러났다.

마약류를 투약하고 돈을 거래하는 장면 / 유튜브 'SBS 뉴스'
마약류를 투약하고 돈을 거래하는 장면 / 유튜브 'SBS 뉴스'

염 씨 등 병원 관계자 7명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8명에게 수면 마취제 계열의 마약류 4종을 불법 투약해줬다. 진료기록도 수정했다.

한 명에게 하루에 최대 10번까지 마약류를 투약한 적도 있으며, 투약자에게 각서를 받고 외상을 해주기까지 했다.

이런 식으로 벌어들인 돈이 무려 8억 5900만 원이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병원 CCTV 영상을 보면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이들이 약 기운에 취한 채 추가 투약을 해달라며 의사나 병원 관계자에게 사정하는 모습이 찍혀 있다.

이들은 현금 다발을 관계자 손에 쥐어주며 투약을 요청했다. 약을 투여받으면 손가락 하트를 지어 보이는 이도 있었다.

투약을 받고 손가락 하트를 보내는 환자 / 유튜브 'SBS 뉴스'
투약을 받고 손가락 하트를 보내는 환자 / 유튜브 'SBS 뉴스'

한편 의사 염 씨에게 성범죄를 당한 여성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있었다.

지난 5월 29일 유튜브 '카라큘라 미디어'에 '원장님! 스스로 목을 매는 건 어때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따르면 염 씨에게 수면 마취 상태에서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여성 A씨가 사망했다.

A씨는 사건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한다. 피해자 6명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던 김은정 변호사는 "어느 날 갑자기 A씨 어머님께서 급한 일이 있어서 저랑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라며 "그때 A씨가 위독한 상태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고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가셨다"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1월 해당 의사에 대한 공소장이 접수되고 지금까지 3번의 재판이 열렸다. 하지만 수개월 동안 의사는 피해자들에게 사과나 합의 과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생전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 "(가해자가) 미안해하고는 있는 거냐", "도대체 언제쯤 끝이 나는 거냐"라며 힘들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손을 맞대고 약을 투여해달라고 비는 환자 / 유튜브 'SBS 뉴스'
두손을 맞대고 약을 투여해달라고 비는 환자 / 유튜브 'SBS 뉴스'

김 변호사는 "(의사가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피해 회복에 대한 노력은 아무 것도 없었다"라며 "제 생각으로는 어차피 (피해 여성들과) 합의를 보더라도 중형이 예상되는 상황이니 최대한 시간을 끌 생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 어머니가 우시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라며 "피해자의 사망으로 피고인의 죄질에 대해서 더 엄히 판단될 것으로 기대하고 최대한 엄벌에 처해질 수 있도록 양형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SBS 뉴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