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환율' 38년 만에 최저 수준 도달…바닥 밑 지하실 있었다

2024-07-04 14:59

850원대 뚫린 엔화, 어디까지 떨어지나

일본 엔화 환율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엔화 가치가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원·엔 재정환율도 850원대로 하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75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원·엔 환율이 840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월 27일 촬영됐다. / 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월 27일 촬영됐다. / 뉴스1

엔화 가치 하락의 원인은?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달러당 엔화는 161엔 후반대에서 거래됐다. 이는 장 중 한때 161.90엔을 기록하며 1986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100엔당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달 28일 855.6원까지 하락했으며, 현재는 858.79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화의 급락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과 일본은행(BOJ)의 소극적인 통화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금리 인하 전망을 종전 3회에서 1회로 줄였고, BOJ는 기준금리를 기존 0~0.1%로 유지하면서 국채 매입 규모 감액 발표를 미뤘다. 이러한 BOJ의 태도는 시장의 실망감을 키웠다.

일본 정부의 개입 효과 있었나

일본 정부의 개입도 엔화 가치 하락을 막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4월 말, 일본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약 620억 달러의 외환 보유액을 사용했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쳤고 두 달 후 엔화는 다시 161엔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엔화 환율이 달러당 170~175엔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카이 도쿄 인텔리전스랩은 "정부의 개입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3개월 뒤에는 170~175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 가치 반등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신호가 명확해지거나 BOJ의 통화 긴축 신호가 짙어질 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원·엔화 환율 전망은?

신한은행은 이번 달 원·엔 환율이 840~886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은행 한 연구원은 "엔화에 버금가는 원화 약세 탓에 두 통화 간 환율 변동 폭은 상당히 좁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상상인증권 한 연구원도 "엔화가 예상보다 약세를 보이고, 원화가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850원대까지 내려갔다"며 "향후 개입 여부에 따라 연말에는 800원대 후반에서 900원 사이로 다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화 투자 신중해야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엔화 반등에 기대를 거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이 ETF를 14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상품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3%대에 머물고 있지만, 엔화 반등을 기대하며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도 활황세를 보이며 일본 증시 관련 ETF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ACE 일본TOPIX레버리지(H) ETF는 최근 한 달 수익률이 7.66%로 높은 성과를 기록 중이다. 이 밖에도 ACE 일본Nikkei225(H) ETF(5.60%), TIGER 일본반도체FACTSET(3.67%),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4.54%) 등이 긍정적인 수익률을 보인다.

업계에서는 엔화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의 엔저 현상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야 엔화 가치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일본은행이 단기적으로 금리를 급격히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가계의 실질소득이 오르지 않고, 정부의 부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11월 16일 촬영됐다. / 뉴스1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11월 16일 촬영됐다. / 뉴스1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