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참사로 9명 사망…가해자 아내 “저도 40대 자녀 둔 부모, 안타깝다”

2024-07-04 07:25

가해자 아내 주장 들은 전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시청역 대형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 운전자의 아내가 사고 전후 상황을 털어놨다.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한 남성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 조사관이 파손된 가해차량을 살피고 있다. / 뉴스1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한 남성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 조사관이 파손된 가해차량을 살피고 있다. / 뉴스1

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숨지게 한 운전자 A씨의 아내 B씨(65)가 사고 당시 남편과 나눈 대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고 동아일보가 지난 3일 단독 보도했다.

B씨는 사고 당일 부부가 탄 차량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B씨는 "그래서 내가 '아!' 소리를 지르면서 남편한테 '천천히 가라, 왜 이렇게 빨리 가냐'고 외쳤다"라고 말했다.

사고 이후 갈비뼈가 골절된 A씨가 병원으로 옮겨진 뒤 B씨는 "왜 그렇게 역주행을 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A씨는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더 가속이 돼서"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차가 더 빨라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동차급발진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다만 급발진 시엔 브레이크를 밟아도 먹통이 될 순 있다"라며 "그래서 운전 베테랑들은 급발진이 의심될 때 일부러 가속페달, 브레이크페달 둘 다 안 밟는 경우가 있다"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현재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보한 경찰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블랙박스 음성 기록에는 A씨 부부가 '어, 어'라고 외치는 목소리만 담겼다.

이와 관련해 B씨는 "(대화가) 녹음이 안 됐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의 고향도 서울, 직장도 서울이었다"라며 "서울 지리는 꿰고 있었고 사고 현장도 초행길이 아니고 많이 오가는 곳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고 차량 명의는 내 것이지만 남편과 함께 썼다"라며 "남편은 그 차를 자주 몰아 익숙했다"라고도 했다.

또 "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해 당시 가족 행사를 마치고 호텔에서 나올 때 주변에 있었던 친인척들의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직접 모으고 있다"라며 "남편은 별다른 지병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 원인 중 하나가 A씨의 고령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엔 "고령은 다 나름이다"라며 "(나이가) 똑같아도 (남편은)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떠돌던 것처럼 부부 싸움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일각의 추측에 관해서도 "(그 이야기를) 병원에서 뉴스로 다 봤다"라며 "좋은 호텔에 갔다 오면서 무슨 싸울 일이 있었겠느냐"라고 했다.

지난 1일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가 놓여 있다. / 뉴스1
지난 1일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가 놓여 있다. / 뉴스1

B씨는 남편의 사고로 무고한 시민 9명이 숨진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는 "40대 자녀를 둔 부모로서 저도 너무 안타깝다"라며 "나도 자식을 키우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