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사고 터졌는데, 의원들 '몸싸움' 한다고 구급대 대기

2024-07-02 21:54

서울소방재난본부 “비응급 신고는 자제해야”

서울시 양천구의회가 시청역 사고 시각과 비슷한 때 구급대를 오래 대기시켜놨던 사실이 드러났다.

양천구의회는 지난 1일 오전 10시부터 '제308회 양천구의회 임시회'를 열었다. 제9대 후반기 의장단 선출이 걸려 있었다.

이날 의장 자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간 갈등이 불거졌고,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의원들은 서로 발을 밟거나 밀쳤다. 본회의장 출입구에 드러누운 의원도 있었다.

결국 임시회는 자정까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이재식 전임 의장 등의 신고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다.

사고 현장에 놓인 추모 물품 / 뉴스1
사고 현장에 놓인 추모 물품 / 뉴스1

양천소방서 소속 119구급 3팀은 이날 오후 9시 54분쯤 출동해 자정까지 현장에서 대기했다. 첫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병원으로 이송된 관련자는 없었다.

그런데 임시회장에 구급대가 출동한 시각은 '시청역 사고' 때와 비슷하다.

이날 오후 9시 30분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차 모(68) 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역주행 끝에 인도의 보행자들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당시 소방당국은 구급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현장엔 차량 37대, 인원 134명이 투입됐다.

사고 현장 / 뉴스1
사고 현장 / 뉴스1

임시회장에 구급대를 출동시킨 양천소방서는 시청역 사고 현장의 출동 대상은 아니었지만, 만약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면 아찔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시청역 사고 직후 여러 언론사에서 속보가 나와 임시회장에 있던 관련자들도 소식을 접할 만한 상황이었다.

양천소방서 현장상황실 관계자는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당시 출동시킬 수 있는 구급차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대원들은 우선 출동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국민들이 비응급 신고를 자제하는 데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양천구의회 측 행동을 꼬집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