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9명 사망 교통사고] 전문가가 “급발진 가능성 제로” 단언하는 이유

2024-07-02 10:36

“속도 낮춰 정확하게 정지”
간밤 시청역 참변…9명 사망

지난밤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2일 오전 서울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 현장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 있다.  / 뉴스1
지난밤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2일 오전 서울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 현장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 있다. / 뉴스1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대형 역주행 교통사고로 사상자 13명을 낸 가해 운전자가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전문가와 사건 목격자는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일축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급발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염 교수는 “급발진은 급가속이 이뤄진 후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며 “보통 급발진 차량은 차량의 전자장치 이상으로 인해서 속도에 오히려 가속이 붙고, 속도가 줄어든다든지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전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급발진의 경우) 브레이크가 밟아지지 않아 제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며 “가속이 붙기 때문에 요리조리 차량과 보행자를 피하려다가 어떤 구조물에 받혀서 속도가 멈추는 상황(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 사고의 경우 가해 차량이 아주 속도를 서서히 낮춰서 정확하게 정지했던 장면이 보였다는 것.

이에 염 교수는 급발진보다는 운전자의 부주의나 실수, 미숙 쪽에 무게를 뒀다.

그는 “운전자가 주장하는 급발진이었다고 가정을 한다면 차량이 아마 더 가속하고 더 나아갔어야 하는 것”이라며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차량이 역주행 진입을 해버려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과속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추측했다.

또 “동승자와의 다툼으로 운전자가 홧김에 (가속에) 들어가는 그런 경우들도 과거에 종종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1일 밤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한 남성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 조사관이 파손된 가해 차량을 살피고 있다. / 뉴스1
1일 밤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한 남성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 조사관이 파손된 가해 차량을 살피고 있다. / 뉴스1

자신을 사고 현장 인근 상점의 주인이라고 밝힌 목격자 A 씨도 해당 방송에 출연해 "굉음을 듣고 사건 현장으로 나갔다"며 "처음에는 (도로에) 차가 많이 달려서 가해 차량이 어디에 있었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가해 차량은 가드레일 있는 쪽 30~40m 밖에 서(정지해) 있더라"고 회상했다.

그 또한 급발진 주장에 대해 "의아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A 씨는 "여기가 일방통행 길이다. 하지만 급발진일 경우에 브레이크가 들지 않고 직진으로 갔을 텐데, (가해 차량은) 반대로 왔다"며 "이후 가드레일을 뚫고 횡단보도 쪽으로 와버린 건데, 어떻게 거기까지 가게 됐을까 싶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차량 운전자인 60대 B 씨를 검거했고, 음주 운전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 B 씨는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