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폭탄 끝에…40대 여성 장학사, 숨진 채 발견 (부산)

2024-07-01 15:53

동료에 고충 털어놓기도 해

부산시교육청의 40대 장학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교사 자료 사진 / ake1150sb-shutterstock.com
교사 자료 사진 / ake1150sb-shutterstock.com

부산 교육계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부산교육청 소속 장학사 A(48·여) 씨가 경남 밀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장학사는 병가를 내고 지난달 26일 출근을 하지 않아 동료들이 걱정해 그의 원룸을 찾아갔으나 집 안에 없었고, 휴대폰 연락도 되지 않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밀양에 있는 A 장학사의 승용차 안에서 그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화 관련 사진 / Xiuxia Huang-SHUTTERSTOCK.COM
조화 관련 사진 / Xiuxia Huang-SHUTTERSTOCK.COM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A 장학사는 부산 한 학교의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취소된 이후 제기된 민원에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지난 4월 4년간의 교장 공모제가 끝난 뒤 지난 5월 교장 공모제가 계속되도록 재신청했으나, 부산교육청 자문단과 지정위원회 심의, 교육감 결정 절차 등을 거쳐 지난 5월22일 교장 공모제 미지정 통보를 받았다.

A 장학사가 이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민신문고, '부산교육감에 바란다' 등 게시판에 교장 공모제 미지정 재검토를 요구하는 각종 민원이 40여건 가량 올라왔고, 관계자가 10여 차례 항의 전화·방문 등을 했다. A 장학사는 이러한 민원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주변 인물들에게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교육청은 이 학교의 내부형 교장공모제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민원 및 항의 과정에서 강요·협박·폭언 등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민원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면 공무집행방해 고발 등 적절한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교육행정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 처리의 어려움과 그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을 보여준다.

교육 현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교육청과 학교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여 민원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절차와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 행정 담당자들의 심리적 안녕과 업무 스트레스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