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누군가 목에 칼을...” 손웅정 감독이 아동학대 논란에 작심하고 꺼낸 말

2024-06-26 17:07

손흥민 부친 손웅정 감독, 아동학대 혐의 피소 논란에 입장 밝혀

축구 선수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 감독이 아동학대 피소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인회를 하고 있다. / 뉴스1
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인회를 하고 있다. / 뉴스1

손웅정 감독은 26일 손축구아카데미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손웅정 감독은 아카데미 소속 유소년 선수에게 욕설과 체벌 등을 한 혐의로 코치 2명과 함께 피소됐다.

"안녕하십니까 손웅정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손 감독은 "가장 먼저 마음에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 또 이런 논란을 일으키게 된 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고소인 측이 수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셨고, 그 금액은 아카데미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안타깝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별도의 합의 없이 정확한 사실관계에 입각한 공정한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손 감독은 사건 당시 있었던 일과 이후 경위와 관련해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과 말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아동이기 이전에 앞으로 축구공을 가지고 밥 벌어먹고, 자신의 가정을 꾸려나가야 할 프로 축구 선수 지망생들"이라며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못해 냉혹하기까지 하고, 무수히 많은 선수들이 찰나의 순간에 명멸한다"고 말했다.

또 "저마저도 성공하지 못한 선수였고, 성공하지 못한 축구선수의 삶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프로의 세계에서 '피나는 노력'은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닌 그저 필요조건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손 감독은 "그렇기 때문에 아카데미 입단을 희망하시는 학부모님들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가 제 자식을 가르쳤던 방법 그대로 아이를 지도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아이들에 대한 혹독한 훈련을 예고 드린다"고 했다.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과 관련해서는 "저는 아이들에게 늘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하고, 훈련할 때는 감독뿐만 아니라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설령 누군가 목에 칼을 들이대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네 앞에 공에만 집중하라고 말한다"며 교육 철학을 밝혔다.

또 그는 훈련 내용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순간순간에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해야 하는지는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물론 운동장에서의 제 모습에 아이들은 처음에는 겁을 먹기도 하지만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의 진심을 금방 알아채기 마련이라 이내 적응해 저를 따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저희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가 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며 "저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생계를 유지하고자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저 또한 나이 60에 고상하게 늙고, 품위 있게 살고 싶다. 하지만 운동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저 소중한 아이들을, 남들과 똑같은 노력만 하는 그저 그런 선수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소신을 밝혔다.

손웅정 감독 입장을 접한 네티즌들은 "저도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너무너무 공감한다. 감독님 힘내셨으면 좋겠다", "손아카데미 취미반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다. 매주 아이 기다리면 운동장에 외부인들 오면서 하는 말이 이런 걸 협회나 나라에서 해야 되는데 대단하다고 칭찬하더라. 응원하겠다", "감독님을 믿는다", "손아카데미는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손 감독님의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은 미래의 한국 축구다. 아이들의 멘탈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손웅정 감독님 이렇게 가감 없이 공개한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 예전에 아이 데리고 손아카데미 갔을 때 감독님의 강하고 호쾌하시던 수업을 받은 아이에게 감독님 무섭지 않냐고 했더니, 수업이 재밌었고 강하게 알려주셔서 좀 더 빨리 이해한 것 같다고 하더라. 아이마다 부모마다 다 다른 것 같다", "부모가 수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감독님 절대 합의해 주지 마시고 감독님의 축구 철학과 아이들을 생각하시는 올곧은 마음을 꼭 지키시길 바란다. 응원한다" 등 응원 섞인 반응을 보였다.

손웅정 감독 입장문에 네티즌 반응 / 손축구아카데미 공식 인스타그램 댓글창
손웅정 감독 입장문에 네티즌 반응 / 손축구아카데미 공식 인스타그램 댓글창

한편 손웅정 감독은 아동학대 피소 논란이 불거진 26일, 작가 사인회 행사에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손 감독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아동학대 혐의 피소 논란 속 자서전 사인회에 참석한 손웅정 감독 / 뉴스1
아동학대 혐의 피소 논란 속 자서전 사인회에 참석한 손웅정 감독 / 뉴스1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