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나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난 총선 원흉으로 지목하며 연일 독설을 난사하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26일 한 후보의 회동 요청을 두 차례 거절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의 그간 비판에도 TK(대구·경북) 표심 잡기 행보에 나선 한 후보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홍 시장은 앞서 나경원 후보와는 회동했고 원희룡 후보와는 이날 만나 대조를 이뤘다.
홍 시장은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25일 날 오겠다는 것을 내가 거절했고 27일 날 오겠다는 것도 거절했다”며 “그게 무슨 대표냐. 그 친구는 임명직 할 때야 대통령과 그래서(친해서) 막을 수가 있겠나. (그러나 대표는 다르다)”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에 대한 비토 의사를 확실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 당이 어떤 당인데 점령군처럼 들어와 어린애가 설치는 게 그게 맞나”며 “2017년도 내가 당대표하고 있을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냥개가 돼서 우리 진영 사람들 1000명을 끌고 갔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고 날을 세웠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여당 대표의 첫째 조건은 정권과의 동행이고 재집권 기반을 마련하는 것인데 (한 후보는) 출발부터 어설픈 판단으로 어깃장이나 놓았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시장 같은 미남이 셀카 찍으면 이해가 가지만…”이라며 ‘한 후보가 총선 지원 유세 때 지지자들과 셀카 놀음에 심취해 선거를 망쳤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홍 시장은 22대 총선 참패 직후인 지난 4월부터 "전략도 없고 메시지도 없고 오로지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 홀로 대권 놀이나 한 것"이라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후보를 비판한 바 있다.
한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과 면담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은 없고 본인이 만나기 싫다고 하시니 뵙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후보에 척을 진 것과는 반대로 홍 시장은 지난 21일 나경원 후보와 회동했고 이날 원희룡 후보와도 만났다.
홍 시장의 날 선 반응에는 한 후보가 당대표를 거쳐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홍 시장은 원 후보와 면담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총선에 진짜 비상대권을 줬는데 쫄딱 망했지 않나”며 “정당사에 총선 참패하고 물러난 사람이 다시 전당대회에 나온 전례가 한 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