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아직 모른다” 화성 화재 참사 사망자가 남편에게 남긴 '마지막 말'

2024-06-25 08:24

외국인 사망자 18명 중 유일한 라오스인이었던 아내

희생자 22명이 발생한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 사건의 유일한 라오스 출신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스1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스1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께 경기 화성 서신면 전곡리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리튬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신원이 파악된 외국인 사망자 18명 중 17명이 중국인, 1명이 라오스인이다.

그중 유일한 라오스인이었던 희생자가 한국인 남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알려져 많은 이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이날 중앙일보에 따르면 라오스 국적 희생자 쑥 싸완 말라팁(32)의 남편 이 씨(51)는 최근 뇌혈관 수술을 받기 전 아내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언급하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이 씨가 아내의 사고 소식을 접한 건 아내와 같은 라오스 출신의 동료의 연락이었다. 그는 지난 19일 뇌혈관 수술을 받은 뒤 이날 퇴원하자마자 "공장에 출근한 '쭈이'(쑥 싸완의 별명)가 연락이 안 된다"라는 소식을 들었다.

충북 괴산에서 급히 차를 몰고 온 이 씨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주위에는 수술의 흔적인 하얀 붕대가 아직도 감겨 있었다. 그는 "아내가 리튬 공장에서 일한 지는 3~4년 정도 됐다"라며 "생존한 라오스 동료가 여기에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서 왔는데 얼굴이 타서 신원 파악이 전혀 안 된다고 하더라"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는 괴산에서 모텔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14년 전 쑥 싸완과 결혼해 11세 딸을 두고 그간 주말부부로 지냈다고 했다.

이 씨는 "딸은 아직 아내가 죽은 사실을 모른다"라며 "방금 라오스에 있는 장모님한테 딸의 생사를 묻는 전화가 왔다"라며 울먹였다.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이 사고로 공장 내부 관계자 20여명이 공장 2층에서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0명은 소재 파악이 안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연기가 치솟는 공장 건물. / 뉴스1 (독자제공)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이 사고로 공장 내부 관계자 20여명이 공장 2층에서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0명은 소재 파악이 안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연기가 치솟는 공장 건물. / 뉴스1 (독자제공)

한편 여야 지도부는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아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점식 정책위의장, 성일종 사무총장 등은 이날 오후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도 화재 현장을 찾아 상황을 살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도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싱하이밍 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자국 측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