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로드리고 벤탄쿠르(26· 이상 토트넘 홋스퍼)가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매체 '팀토크'는 지난 20일(현지 시) "올여름 토트넘에서 충격적인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 말미 자신의 전술에 맞는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고 인정했고, 이는 곧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올리버 스킵,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지오바니 로 셀소는 적절한 가격의 제안이 들어온다면 매각될 것이며, 이브 비수마의 입지는 아직 안전하다"며 "다소 놀랍게 여겨지는 방출 후보는 벤탄쿠르"라고 밝혔다.
매체는 벤탄쿠르가 지난 5월 중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교체 아웃되자 화를 낸 것을 두고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불화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인종차별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벤탄쿠르의 토트넘 잔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2023/24 쉬페르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튀르키예 강호 갈라타사라이 SK가 벤탄쿠르에게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오칸 부룩 감독은 벤탄쿠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아 왔으며, 영입을 위해 우루과이 국가대표팀 동료인 페르난도 무슬레라와 루카스 토레이라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적 여부와 관계없이 벤탄쿠르는 다가오는 시즌 초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전망이다. 영국 매체 '더 타임즈'에 따르면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며, 전례를 살펴봤을 때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벤탄쿠르는 지난 15일 우루과이의 한 TV 채널에 출연해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동료이자 주장인 손흥민을 향한 발언이라 더욱 충격적이었다. 사회자가 "난 너의 셔츠는 이미 가지고 있다. 손흥민 유니폼 좀 줄 수 있어?"라고 묻자,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 애칭)?"라고 되물었다. 사회자가 다시 "응 아니면 월드 챔피언이라든지..."라고 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이라던지, 개네는 거의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웃으며 말했다.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었다. 손흥민과의 친분을 떠나서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순식간에 토트넘의 복덩이에서 인종차별자로 낙인찍혔다. 벤탄쿠르는 2021-22시즌 중도에 유벤투스를 떠나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토트넘 중원에 힘을 실어줬고, 득점력까지 과시하며 손흥민과 함께 에이스로 평가받았다. 장기 부상 이후 돌아와 토트넘 중원에 힘을 보탰다. 벤탄쿠르의 충격적인 발언에 모두가 놀랐고 비판을 쏟아냈다.
벤탄쿠르는 논란이 불거지자 개인 SNS에 "쏘니 브라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과할게, 이건 그냥 아주 나쁜 농담이었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게 뭔지 알지? 나는 당신을 무시하거나 당신 또는 다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려고 한 것이 아니야. 사랑해요"라고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진정성 논란이 일며 비판이 계속됐다.
계속되는 논란에 손흥민이 직접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벤탄쿠르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를 알고 사과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불쾌감을 주는 말을 할 의도가 없었다. 우린 형제이고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이 일을 극복하고 하나가 됐다. 프리시즌에 다시 하나가 되어 구단을 위해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손흥민의 입장 발표와 함께 토트넘도 "다양성, 평등, 포용이라는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한 추가 교육을 하겠다. 우리는 다양한 글로벌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구단, 우리 경기, 더 넓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다"라고 했다.
벤탄쿠르의 거취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인종차별 발언으로 인한 팀 내 불화와 징계 가능성은 그의 토트넘 잔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벤탄쿠르가 토트넘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선택할지, 아니면 팀에 남아 사과와 반성으로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