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10~50개 응답을 요청하면 500㎖ 생수 1병의 물이 필요하단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이처럼 물과 에너지 사용량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챗GPT 등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학교(UCR)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논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AI 산업이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음 세대의 생성형 AI 시스템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할 것이며,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알트만이 제시한 해결책은 지속 가능한 AI 시스템의 설계와 배치가 아니라 핵융합 기술이다. 그는 2021년부터 워싱턴 주 에버렛에 위치한 핵융합 기업 헬리온 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는 핵융합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중반 세기까지 필수적인 탈탄소화 목표에 크게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헬리온의 가장 낙관적인 추정치에 따르면 2029년까지 약 4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픈AI의 챗GPT가 이미 3만 3000 가구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생성형 AI를 이용한 검색은 일반적인 웹 검색보다 4, 5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몇 년 내로 대형 AI 시스템이 국가 단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생성형 AI 시스템은 프로세서를 냉각하고 전력을 생성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아이오와 주 웨스트 디모인에 위치한 거대한 데이터 센터 클러스터는 오픈AI의 GPT-4 모델을 지원하며, 2022년 7월 이 클러스터는 지역의 물 사용량의 약 6%를 차지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각각 바드(현 제미니)와 빙이란 대형 언어 모델을 각각 준비하면서 물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다. 구글은 20%, 마이크로소프트는 34%의 물 사용량 증가를 보고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27년까지 AI의 물 수요는 영국의 절반에 해당할 수 있다.
샤오레이 렌(XiaoLei Ren) UCR 교수는 챗GPT에 10~50개 응답을 요청하는 것은 배치 시간과 장소에 따라 500㎖ 생수 1병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했다. 최신모델인 GPT-4는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기에 더 많은 물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인공지능 기술, 특히 대형 언어 모델의 개발과 운영은 상당한 전력과 자원을 필요로 하며, 이는 물 사용량 증가와 관련이 있다.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이터 센터는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이 전력을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하기 위해 물을 사용한다. 또한 필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수력 발전 과정에서도 물이 사용된다. 이밖에 클라우드 인프라의 확장 역시 물 사용량에 영향을 미친다.
논문은 현실적인 기술을 도입해 AI의 생태학적 영향을 지금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모델을 구축하며, 데이터 센터의 설계와 사용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업계에 요구한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빅사이언스(BigScience) 프로젝트가 블룸(BLOOM) 모델을 통해 챗GPT-3와 유사한 규모의 모델을 훨씬 낮은 탄소 발자국으로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줬으나 전체 AI 산업은 아직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I의 환경적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전체적인 비용은 기업 비밀로 철저히 보호되고 있으며, 연구자들의 실험실 기반 연구와 제한된 회사 보고서, 그리고 지역 정부가 공개한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 기업들이 변화를 도입할 유인이 거의 없다.
다만 입법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인공지능 환경 영향법(Artificial Intelligence Environmental Impacts Act of 2024)을 도입했다. 이 법안은 AI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표준을 설정하고, AI 개발자와 운영자를 위한 자발적 보고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자발적 조치는 지속적인 책임 문화와 일관된 채택을 보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논문은 AI의 환경적 영향을 해결하려면 AI 산업, 연구자, 입법자 모두의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계는 에너지 효율적인 하드웨어, 알고리즘, 데이터 센터를 개발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만을 사용하며, 에너지와 물 사용량을 측정하고 공개적으로 보고해야 한다고 밝힌다.
논문은 “입법자들은 에너지와 물 사용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 채택을 장려하며, 포괄적인 환경 보고와 영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인공지능 환경 영향법은 시작일 뿐이며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