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에어컨 실외기 작업 중에 불이 나 주민 수십 명이 옥상 등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가운데, 건물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던 사실이 알려졌다.
20일 오후 1시 22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16층 아파트 10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3시간여 만인 오후 4시 36분쯤 완전히 진압됐다.
지금까지 이 불로 화상을 입은 주민 1명과 연기를 들이마신 주민 1명 등 두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두 명 모두 경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은 주민 등 9명을 구조했고 14명은 소방대원의 유도를 따라 옥상으로 대피했다.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해당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을 하교시키지 않고 학교 안에 대피시키기도 했다.
화재 원인은 에어컨 수리 작업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에어컨 수리 기사는 경찰에 "용접하던 중 옆에 있던 비닐봉지 등에 불꽃이 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내일 오전 합동 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화재에서 더욱 큰 문제는 해당 아파트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아파트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3년 건설 허가를 받을 당시엔 16층 미만 층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가 아니었다. 2007년 이후에야 전층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긴급 대피한 한 주민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작동하는 스프링클러를 아예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화재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이 강화되기 전에 지어진 건물의 안전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특히 고층 아파트의 경우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어렵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설치는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