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엽산이야” 유부남이라는 걸 숨기고 7년 사귄 여성을 임신 중단 시킨 남성의 최후

2024-06-19 11:11

재판부 “무책임한 선택을 반복해 상황을 악화시켰다”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여성과 7년간 교제하며 강제로 임신을 중단(낙태)시키고 사진을 유포하겠다 협박한 남성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대법정 홀 / 대법원
대법원 대법정 홀 / 대법원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동의낙태·협박 혐의로 기소된 A(38) 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30일 확정했다.

A 씨는 자신과 교제하던 여성 B 씨에게 결혼 사실을 숨긴 채 두 번 임신을 중단시키고, 불륜 사실이 들통나자 교제 기간 촬영한 B 씨의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겠다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2014년 피해자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시작했다. A 씨는 2009년부터 만난 현재 배우자와 2015년 11월 결혼했지만, B 씨에게는 이 사실을 숨겼다.

A 씨는 2020년 9월 B 씨가 임신하자 "탈모약을 복용하고 있어서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고 설득해 임신을 중단하게 했다.

B 씨가 2021년 6월 다시 임신하자 A 씨는 재차 임신 중단을 권유했다. 이에 B 씨가 거절하자 임신 중단용 약물을 임산부에게 필요한 영양제인 엽산인 것처럼 속여 복용하게 만들었다. B 씨는 이로 인해 아이를 잃어야만 했다.

두 사람은 2021년 12월에 결혼을 약속했으나 A 씨는 "아버지가 위독하다", "신혼집을 구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거짓말을 했다. 급기야 결혼식 이틀 전 A 씨는 코로나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며 결혼식을 취소시켰다.

B 씨는 이때 A 씨가 유부남이고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 씨는 B 씨가 자신의 불륜 사실을 퍼트릴까 두려워 만나달라 요청했다. B 씨가 거절하자 A 씨는 "나에게 너무 많은 사진과 영상이 남아있다"며 "나 잠깐 보면 못 웃을 거다. 인터넷 슈퍼스타 될까 봐"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협박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하 이미지 / 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하 이미지 / 픽사베이

1심 재판부는 "잘못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더 이상의 피해를 멈출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무책임한 선택을 반복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피해자가 받았을 충격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 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가 선고 직전 법원에 1500만원을 공탁한 점과 초범인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해 징역 1년 2개월로 감형했다. B 씨는 재판 과정 내내 A 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A 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이를 기각했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