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와 그 가족의 정보를 무단 열람해 재판에 넘겨진 여성 공무원 A 씨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부산지법 형사4-1부(부장판사 성익경)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A(30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부산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했던 30대 공무원인 A 씨는 2022년 4~6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전 애인인 B 씨와 B 씨 아버지, 동생에 대한 개인정보를 총 52차례에 걸쳐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와 B 씨는 2021년부터 2022년 5월까지 교제했다.
복지 수당 수령자들을 관리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선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소득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업무 담당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로그인해 누구든 조회할 수 있다. A 씨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서 B 씨 가족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을 확인했다.
개인정보 열람 권한을 갖고 있던 A 씨가 수사를 받은 이유는 B 씨가 열람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A 씨가 전 애인 아버지의 동의와 정당한 절차 없이 정보를 습득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1호, 제72조 2호를 위반했다고 봤다.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사회통념상 비판받을 행위는 맞지만 검찰이 적용한 법 조항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1심 판결 후 검찰은 "공무원이 사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직무 권한을 남용해 개인 정보를 함부로 열람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라며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기록과 대조해 검토하면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