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자녀 2명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50대 친부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2부는 전날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과 A씨는 각각 "형이 너무 가볍다", "형이 너무 무겁다"라며 항소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28일 새벽 경남 김해 생림면 한 야산에서 딸 B양(17세)과 아들 C군(16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모친과 불화로 신변을 비관하다 자신이 죽은 뒤 아이들이 모친에게 학대당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10여 년 전 이혼 후 모친과 함께 지내면서 자녀들을 양육하다 모친의 잔소리에 분가하려고 했으나 분가도 어려워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라고 진술했다.
그는 범행 한 달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했다. 약국을 돌아다니며 수면제를 미리 처방받고 범행에 사용할 철끈도 구매했다. 자녀들의 적금을 해약해 범행 직전 자녀들과 남해와 부산을 여행하며 지낼 호텔도 예약했다.
자녀들 학교에 현장 학습 신청을 한 뒤 남해와 부산 여행을 마친 그는 부친의 묘소가 있는 김해 야산으로 가 계획한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당시 A씨의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에 따르면 C군은 고통스러워하며 "살려줘, 아버지, 살려주세요"라고 약 14분간 애원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외면했다.
C군은 가족여행을 마친 뒤 A씨에게 "아버지 같이 여행을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나중에 커서 보답할게요"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A씨는 범행 후 극단 선택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발견되며 미수에 그쳤다.
앞서 검찰은 1심과 항소심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미성년 자녀들을 살해하고 유족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줬다"라며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형은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강제로 박탈하는 극단적 형벌이고 여러 관련 사형 제도의 취지나 이런 것들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에 대해서는 사형을 선고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반인륜적 범행으로 원심이 선고한 유기징역형만으로는 피고인의 실책에 상응하는 정도의 형사상 책임이 부과됐다고 보기엔 부족하다"라며 "따라서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