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절반가량이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일보가 14일 보도했다. 매체는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죽은 산양은 총 1022마리. 국내 서식 산양 수가 1000~2000마리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가량이 죽은 셈이다.
산양은 지난 3월부터 많이 죽기 시작했다. 2월까지 277마리가 죽었는데 3월 537마리, 4월 747마리로 늘더니 지난달에 죽은 산양의 수가 1000마리를 넘어섰다.
비무장지대(DMZ)가 속한 강원 화천군과 양구군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각각 264마리, 316마리가 죽었다. 전체의 56.7%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당 지역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울타리와 농가 울타리가 밀집된 곳이다. 산양이 울타리에 갇혀 먹이를 구하지 못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에 따라 ASF 방역 울타리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산양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남한 전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인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해 현재는 멸종위기 1급 동물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산양은 주로 강원과 경기의 산악 지대에 서식한다. DMZ와 설악산, 오대산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산양은 초식동물로, 주로 나뭇잎, 풀, 이끼 등을 먹는다. 험준한 바위 절벽과 가파른 산악 지형에서 생활하며 뛰어난 등반 능력을 자랑한다. 험한 바위도 민첩하게 오르내리며, 뛰어난 점프 능력을 갖고 있다.
몸길이는 약 100~130㎝, 어깨 높이 약 70㎝, 몸무게는 30~40㎏이다. 짧고 강한 다리와 튼튼한 발굽은 바위 절벽을 오르는 데 최적화돼 있다. 몸은 회색 또는 갈색을 띠며, 털이 길고 부드럽다. 머리에는 뿔이 있다. 수컷과 암컷 모두 뿔을 갖고 있지만 수컷 뿔이 더 크고 굵다.
산양의 주요 위협 요인은 서식지 파괴와 불법 밀렵, 그리고 ASF 방역 울타리다. 방역 울타리가 산양의 이동을 막는다. 먹이를 찾기 어렵게 함으로써 굶주림과 고립으로 인한 죽음을 초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