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사건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이 진행된다.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는 일명 밀양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를 돕겠다며 행동에 나섰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가해자들이 가족, 사회적, 지역적 자원을 잃지 않고 자신의 생계 직업을 영위해가는 모습을 봤다. 성폭력 피해자가 처하게 되는 환경과 조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모금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일부 사람들의 동정이나 비난에 좌초되지 않고, 사회적 우애와 연대의 힘으로 지속되는 단단한 기반이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모금은 상담소의 일방적인 결정은 아니다.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과도 상의해 내린 결정이다.
상담소는 이미 2004년부터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지원해왔다.
이미경 이사는 "피해자로만 부르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 자기 삶을 존중받으며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20년간의 피해로 인한 고통과 경제적인 어려움, 일상의 고단함을 벗어나 인간으로서 품위있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사실 국가가 나서 범죄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지원했어야 했지만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 그녀가 일상적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마중물 기금을 우리 사회가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며 “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일상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금은 상담소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다. 모금액 전액은 피해자의 생계비로 쓰일 예정이다.
한편 상담소의 모금 활동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 자매가 서면으로 입장을 전했다.
피해자 자매는 “이렇게 많은 관심 가져주실 줄은 몰랐다”며 “가끔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미친 사람처럼 울 때도 있지만, 이겨내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이 잠깐 타올랐다가 금방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에게 2차 가해 겪는 또 다른 피해자가 두 번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잘못된 정보와 알 수 없는 사람이 잘못 공개돼 2차 피해가 절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밀양 사건은 2004년에 벌어진 일로, 수십명의 남학생들이 당시 만 13세였던 여학생을 포함해 총 5명을 상대로 벌인 성폭력 사건이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해자의 신상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이 재조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