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소리가 또 한번 나왔다.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학계에서는 한반도에 규모 7.0의 강진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를 보면 2000~2022년 일본의 연평균 규모 5.0 이상 지진 횟수는 114.5회로, 0.3회에 그치는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은 디지털지진계로 관측을 시작한 1999년 이후 규모 2.0 미만 미소지진을 제외한 '지진다운 지진'이 연평균 70.8회 발생한다.
한해 발생하는 지진 대부분은 규모가 2.0대에 머물며, 이번처럼 4.5가 넘는 강진은 매우 드물다.
실제로 1978년부터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 이상 지진은 이번까지 포함해 28번에 그친다.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발생한 경우는 13번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태까지 없었다는 게 앞으로도 없을 거란 건 아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일대 응력 불균형이 생겨 지진이 급증했다가 현재는 다소 줄었지만, 응력이 (지반) 깊은 곳으로 전이되면서 진원이 깊은 지진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선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최대규모를 '6.5~7.0'으로 본다.
규모 7.0 지진이면 기상청이 지진 계기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강했던 지진인 2016년 9월 경주 지진(규모 5.8)보다 위력이 63배 강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박은진 선임연구원이 최근 기고한 글을 보면 연구원이 국내 대표 단층대인 양산단층대를 조사한 결과 이 단층대 여러 단층 구간이 과거 동시에 움직였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때 발생했을 지진의 규모는 모멘트 규모로 '6.4' 정도였을 것으로 추산됐다.
홍 교수는 "주변 지표면 쪽에 단층은 알려져 있는데, 이 단층이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지하 8㎞)까지 연결됐는지 등은 불확실하다"라고 설명했다.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최대 규모가 7.0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규모 4.8 지진은 언제 어디서나 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2016년 9월 규모 5.8 경주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사업이 시작됐고, 현재 영남권(한반도 동남부)을 대상으로 한 1단계 조사가 겨우 끝난 상황이다.
1단계 조사에서는 지질학적으론 최근인 '현재부터 258만년 전 사이(신생대 제4기)'에 한 번이라도 지진으로 지표 파열이나 변형을 유발한 단층인 활성단층이 14개 확인됐다.
현재 2026년까지 한반도 중서부(수도권)와 중남부(충청권) 단층을 조사하는 2단계 조사가 진행 중이다.
3단계(호남권)와 4단계(강원권)를 거쳐 4단계 조사가 완료되는 시점은 2036년으로 예정돼 있다. 그때까지 한반도의 정확한 단층 정보 파악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박은진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피해가 큰 지진을 겪지 않아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으로 인해 관련 연구가 미흡한 상태"라며 "지진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만큼 지진 피해 최소화와 발생 후 대처를 위한 관련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