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택배 차량 지상 출입을 금지한 경기 성남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을 상대로 택배기사들이 법원에 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택배 배송 갈등'이 법적 문제로 비화한 가운데 경기 김포시의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유사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특정 택배사에 대해서만 차별적인 대우가 적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개드립에 '김포에 있는 어느 아파트 근황'이라는 제보가 올라왔다.
게시 글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아파트 관리실 앞이 마치 물류 센터처럼 보인다.
입주민들에게 배송된 CJ 택배 수백 개가 어지럽게 쌓여있다. 각 세대 문 앞에 놓여야 할 택배가 제자리를 잃고 땅바닥에 방치돼 있다.
외벽에는 각 동의 번호가 적혀 있다. 입주민들이 알아서 자기 택배를 찾아가라는 CJ 택배 기사의 무력시위다. 주민들은 손수레를 끌고 오거나, 차를 타고 와 물건을 가져가야 할 판이다.
김포 고촌읍 향산리 힐스테이트 리버시티 1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낯선 풍경이다.
CJ 택배 기사들이 '문 앞 배송'을 거부한 것은 일부 주민들과의 감정 싸움 때문이다.
글쓴이에 따르면 CJ 택배 기사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출입을 막아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들끓었다. 해당 단지의 지하 주차장 높이가 낮아 택배 기사 입장에선 지상 배송이 불가피한 터였다.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CJ 택배 기사는 할 수 없이 자비 400만원을 들여 택배 차량을 저상 차량으로 개조했다고 한다.
그런데 CJ 택배기사가 개조된 차량으로 단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다른 택배차들은 그냥 지상으로 출입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결국 차별 대우에 분노한 택배 기사는 아파트 관리실 앞에 택배를 모두 내려놓고 떠나는 일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택배 기사님들 지상으로 다니실 때 천천히 다니신다", "'문 앞 배송'이라는 편의를 누리면서 무턱대고 지상 출입을 금지하는 건 옳지 않다", "지하로 출입하면 택배 옮기기 힘들다". "갑질 그만하자. 이게 더 아파트 이미지 떨어뜨리는 일이다" 등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편 저상 차량은 일반적인 택배차보다 적재 칸의 높이가 낮은 차량을 뜻한다. 일반차량과 달리 지하 주차장을 거쳐 배송이 가능하다.
우체국 등 일부 택배사는 저상 차량을 배송 업무에 투입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택배사는 저상 차량 배송을 거부하고 있다.
저상 차량은 적재 칸 높이가 낮아 짐을 많이 싣질 못한다. 건강상 이유도 있다. 택배 기사들이 바른 자세로 서서 일할 수 있는 일반 차량과 달리, 저상 차량은 구부정한 자세로 일하게 된다.
실제로 2021년 고용노동부도 저상 차량이 일반 차량보다 근골격계 질환 위험성이 높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