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북 확성기로 뭘 방송하는지에 국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5월 1일 서해 쪽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시작됐다. 1962년 북한의 대남확성기 방송에 대한 맞대응 조치였다. 1972년 박정희 정부 당시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라 중단됐으나, 1980년대 들어와 아웅산 테러 등으로 남북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8년 만에 재개됐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6·4 남북 장성급 군사 회담 합의에 따라 양측은 확성기를 포함한 선전 수단 철거에 합의했다.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하자 박근혜 정부는 같은 해 8월 10일 대북 확성기를 다시 설치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군은 열흘 뒤 DMZ 남방한계선 이남에서 대북 확성기를 향해 14.5mm 고사총과 76.2mm 평곡사포 3발을 발사하며 군사도발을 감행했다.
무력 충돌 위기가 고조하자 남북은 같은 해 8·25 남북 합의를 통해 방송 재개 보름 만에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이후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박근혜 정부는 이틀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대북 방송은 지속됐다. 그러다 정부가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해 4월 23일 방송이 멈췄다. 일주일 뒤인 30일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 40여 대에 대한 철거가 이뤄졌다.
1963년부터 1980년대까진 북한 체제를 비난하고 한국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북한군 사기를 저하하고 귀순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송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남북 관계가 다소 개선되면서 방송 내용이 다양해졌다. 북한 주민에게 남한 사회, 경제, 문화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남북 교류와 협력을 독려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대북 확성기는 2000년대 들어서도 국내외 뉴스는 물론, 스포츠 소식, 일기예보 등 실생활과 관련된 정보들은 지속 방송했다. 다만 주로 방송을 접하는 젊은 북한 군인들의 '사상'을 흔들기 위해 아이돌 노래도 내보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에는 3대 세습, 독재체제를 비난하기도 했다.
2017년 한국 국군심리전단이 국회에 제출한 '대북 확성기를 통한 한국가요 현황'에 따르면 가요 100여 곡이 확성기를 통해 북한에 방송됐다. 가장 많이 송출된 곡은 가수 방미의 '날 보러 와요'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 나훈아의 '부모',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 등도 자주 방송됐다. 이밖에 원더걸스의 '아이 필 유(I Feel You)',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아이유 '마음', 빅뱅 '뱅뱅뱅' 등의 노래도 자주 틀었다. IOI, 러블리즈, 여자친구 등 여자 아이돌의 노래도 내보냈다.
확성기 방송은 설치 지점으로부터 북쪽으로 20~30㎞ 지점까지 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방 군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과거에는 확성기 방송을 향해 직접 사격을 가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도 방송 중단을 위한 협상에서 주요 쟁점으로 꼽을 정도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싫어하는 이유는 체제 유지, 심리적 통제, 정보 통제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체제를 비난하고 한국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권위에 도전하고 체제 안정을 위협한다고 본다.
북한은 심리적 동요도 우려한다. 북한은 주민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외부 정보에 대한 접근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이러한 통제를 약화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혼란과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북한군 병사들에게 남한의 풍요로운 삶을 알리는 것은 사기를 저하하고 귀순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강하게 반발한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를 정보 통제 방해 수단으로 본다. 북한은 자체 방송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으며, 외부 정보 유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의 정보 통제 시스템을 방해하고 주민이 북한 정권의 선전 외 다른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달가워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