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체액 종이컵'...항의했더니 돌아온 건 해고 통보

2024-06-11 10:23

“밤꽃 냄새” 등의 2차 가해 발언이 있었다고 주장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던 여성이 변호사의 체액이 담긴 종이컵을 치우라는 지시에 항의했다가 해고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한 법률사무소 책상에 놓여 있던 '체액 종이컵' / JTBC '사건반장' 갈무리
한 법률사무소 책상에 놓여 있던 '체액 종이컵' /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지난 10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 A 씨는 지난해 1월 한 법률사무소에 사무보조로 취직했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

A 씨가 사무보조로써 맡은 직무는 소송 서류 접수와 간단한 서식 작성, 그리고 사무실 청소였다. 쓰레기를 모아 여자 화장실에 버리던 A 씨는 어느 날 환경미화원으로부터 "이런 게 든 종이컵은 화장실에 버리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분리수거가 문제인 줄 알았던 A 씨는 모아서 버린 종이컵 안에서 휴지를 빼내다가 깜짝 놀랐다. 그 안에 남성의 체액이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종이컵이 놓여있던 장소는 주로 변호사 사무실 책상이었다. 이런 '체액 종이컵'은 2023년 이후 11차례나 발견됐고 안에는 항상 휴지나 물티슈가 들어 있었다.

A 씨는 이를 변호사의 소행이라고 확신했지만,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묵묵히 치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상사에게 종이컵을 보여줘도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A 씨는 사무국장에게 체액 종이컵에 대해 항의했지만, 사무국장은 A 씨에게 "네 진짜 업무는 커피 타고 청소하는 거다. 일 없으면 변호사 책상 정도는 청소해 줄 줄 알아야 한다", "아줌마들이 밤꽃 냄새 나면 환장한다", "(변호사가) 힘이 넘치나 보다. 일부러 보라고 그러는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던 여성이 변호사의 체액이 담긴 종이컵을 치우라는 지시에 항의했다가 해고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 JTBC '사건반장' 갈무리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던 여성이 변호사의 체액이 담긴 종이컵을 치우라는 지시에 항의했다가 해고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사무국장 측은 이에 대해 "꽃냄새 발언을 한 적이 없다", "A 씨가 오버를 하는 것"이라며 극구 부인했다.

계속해서 항의하던 A 씨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였다. A 씨는 이에 "체액 종이컵 항의에 따른 부당 해고 통보"라고 주장하며 "항의한 후부터 사무국장이 변호사한테 해고해야 한다고 종용했다"고 말했다.

반면 사무국장은 "A 씨가 지시한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회사 내부의 다른 사정으로 해고를 한 것"이라며 "월급, 퇴직금 등 다 잘 마무리했다. 회사에 대한 앙갚음으로 이런 갈등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당 법률사무소의 변호사는 경찰에 본인의 체액임을 인정했다. 경찰은 변호사를 경범죄 처벌법의 불안감 조성죄 혐의로 조사 중이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